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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호2021년 [수필] 리뷰에 관하여 / 조외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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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설악문우회
댓글 0건 조회 1,538회 작성일 21-12-08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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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에 관하여

아들이 체인점을 차렸다. 코로나바이러스가 창궐하여 세계 모든 사람들의 생명을 위협하고, 문화를 뒤바꾸는 단절된 사회 틈바구니에서 생존 경쟁을 시작한 것이다. 결혼을 기피하고 노인층이 두터워져 일인 가구 수가 증가하는 요즘 혼밥족을 겨냥한 24시 배달음식점을 열었다.

모든 시작이 계획한대로 이루어진다면 한 발자국 뒤에 서서 바라보는 부모 마음에 조금이나마 걱정을 덜겠지만, 적절한 도시와 위치, 가게의 합법적인 주방 구조를 고심하고 발품 판 지 몇 달 후 은행에서 창업비용을 대출 받고 도시생활에 빠듯하게 모아 놓았던 얼마 되지 않는 전 재산이 자본금이 되었다. 요즘 젊은이들이 사용하는 은어적 표현인 희망고문이 시작된 것이다.

손 없는 날을 택일로 정해 개업하는 것이 어떻겠냐는 엄마의 물음에 전혀 개의치 않는다는 아들의 대답이 왔다. 비대면인 배달앱을 통해서 주문과 배달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요란한 개업식은 필요하지 않다는 의견이다. 오픈된 영업장이나 비대면 배달영업장이나 매일반이라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는 아들의 미숙한 통찰력을 짐짓 모른 척 하며 의견을 존중해 주기로 하였다. 많은 체험과 경험을 통해 스스로 터득해야만 한다는 과제 하나 던져준 채로……. 영업시간이 제한적이다 보니 많은 식당들이 폐점을 하고 배달로 전환하는 시기이다 보니 당연히 경쟁업체가 많이 존립하게 되었다. 그런 이유로 고객들의 시장 조사는 실물을 접하고 맛으로 평하기 힘들게 되자 업체의 평가 기준인 리뷰로 많이 이루어지고 있다. 인터넷으로 주문 시 일단 리뷰에 달린 평을 열어 보던 경험이 나도 있다. 리뷰의 허와 실을 궁리로 열어 보지만, 직접적인 체험만이 올바른 해답이 나온다는 점에 별점 한 개 한 개에 의미를 생각해본다.

무지하던 내가 리뷰에 관심을 갖고 배달 문화를 받아들이게 된 것도 아들의 영향이 크게 작용하였다. 아들이 하는 체인점의 영업 정보에 대한 궁금증을 표면적으로 드러내지 않기로 했다. 엄마의 걱정이 오히려 아들에게 짐이 될까 봐 무관심한 척 하기로 작정을 하고 일체의 언급을 삼가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속마음엔 영업 실적과 음식의 맛에 대한 평이 궁금하고, 주문량이 꾸준한지, 체계적인 영업을 운영하는지 촉각을 세우지 않을 수 없었다. 몰래몰래 앱을 열어보는 것이 일과가 되어 버렸다.

누나를 통해 은근슬쩍 옆구리 찌르는 식으로 조언을 하던 어느 날 아침이었다. 별점 다섯 개 중 하나가 달렸다. 순간 얼음장 같은 충격이 나를 때렸다. 24시 영업장이긴 하지만, 하루의 영업이 시작되는 이른 아침 막 타오르기 시작하는 열정에 찬물을 끼얹은 것이다. 아마 그날 아침의 서늘함은 아들도 똑같이 느꼈을 것이다. 누나를 통해 들은 소식은 그날 하루 아들이 영업을 접었다고 했다.

주문은 배달앱과 전화로 이루어진다. 주문 시에 리뷰를 올려 주겠다는 요건이 있을 시에는 감사의 표시로 소액이지만 서비스가 추가로 나간다. 리뷰의 서비스는 받아 챙기면서 아예 올리지 않는 고객은 비양심적이긴 하지만 양호한 편이다. 리뷰 서비스를 받고서 별점 하나 주는 고객은 너무 솔직해서 탈인 것이다. 업주의 입장에서는 차라리 리뷰를 올리지나 말지 하는 볼멘소리도 나올 법한 현실이다.

불만 사항이 생길 시에는 전화를 통해서이던 비밀 댓글로 올리던지 해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간구할 수 있다. 음식이 짜다. 음식의 맛이 형편없다. 포장지가 뜯어져서 국물이 흘렀다. 배달 시간이 오래 걸렸다, 등등 사람마다 기준점이 다르다 보니 좋은 평만 바랄 순 없지만, 서비스를 받아 가면서까지 별점 테러를 한다는 것은 고객의 의식 수준도 따져 볼 문제다. 불만족스러운 리뷰를 올릴 경우 대부분의 업주들은 고객 유치와 매월 평균 평점을 높이기 위한 노력의 수단을 쓴다. 환불 조치 내지 재배달이 이루어지고, 고스란히 밑지는 장사를 하는 것이다. 불만 리뷰를 통해서 음식의 맛을 재정비하고 서비스를 개선할 수 있는 이점이 있는 반면, 블랙 컨슈머들이 일삼는 악의적이고 고의적인 리뷰도 존재한다는 것이 문제인 것이다. 이미 음식을 섭취한 뒤에 환불조치를 원하는 고객도 있으며, 같은 업종 경쟁업체가 테러를 가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고 한다.

영업장의 기반이 다져지기 전까지는 리뷰 하나하나에 예민해져 퇴근 후에도 정성껏 댓글 다느라 밤잠 설쳐가며 노심초사 하는 아들의 일상이 애잔하여 마음이 아프다. 그렇다고 블랙 컨슈머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리뷰 서비스를 받은 것에 대한 감사의 표시로 별점은 높이 주면서 댓글로 개선할 점과 평을 달아주는 고마운 분들도 가끔씩 눈에 띈다. 리뷰에 대한 평은 주관적이기 때문에 모든 고객들의 만족도에 충족할 수 없다는 점을 감안해서 조심스레 달아주는 평에 보이지 않지만 고마운 마음이 느껴진다. 별점 하나에 촉각을 곤두세우던 아들도 이제는 조금 무디어지나 보다. 예의 없이 대하는 고객에 대한 반박 글도 올리기 시작했다. 기죽지 않고 따져가면서 할 말 하고 사는 자신감에 은근히 든든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리뷰란 보이지 않는 절망과 희망이 존재하는 고객들과의 대화이다. 코로나로 힘들게 버티고 있는 자영업자들에게 희망적인 메시지를 줄 수 있는 넉넉한 마음이 충만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