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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호2021년 [시] 폭염주의보 외 3편 / 조외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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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설악문우회
댓글 0건 조회 1,599회 작성일 21-12-08 15:24

본문

여름이 몸살처럼 지나갔다.

그 후유증에

타버린 꽃잎 위

가을이 내리듯

통증으로 다가오는

시어들의 완숙을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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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주의보



타는구나

뜨겁게 타오르는구나

여름 햇살이


목마름에 흐느적이던

꽃잎에 불을 놓아


피었다 지고

또다시 피는

저 연연함의 소망을 밟고


봄 여름 가을 겨울

경계를 잃은 꽃무덤


기다리라는 언약을

꽃말에 새겨 놓고


제 몸 태워

계절의 흔적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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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



어쩌자고

자꾸만 밀려오나

아프도록

하얗게 부서져도

오르지 못할

모래톱 언덕


끊임없이 몰아쳐도

한 발자욱

뒷걸음으로 멀어진

흔적만을 안고 가는

너는

바다의 풋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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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기는 예쁘다



집 앞

주차해 놓은 자동차

테러를 당했다


질펀하게 함부로 뿌린

오물 한 바가지


자식 같은 소중함이라

뼈 삭는 고통으로


쏟아부을

욕 두 바가지

공중으로 퍼 날리는데


전봇대 위

애기 까치

이리저리 종종거리며

애교를 떤다


실없이

웃고 마는

기분 좋은 세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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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음



여름

밤을 위하여

문을 열자


깨어 있는 모든 것들

더위를 향해

소리치고 있다


코로나에 지친 폭죽 소리

영역 싸움에 고양이 털 날리는 소리

분별력 없는 수탉의 홰치는 소리

뇌를 쪼아 대는 참새 소리

지칠 줄 모르는 모기 날갯짓 소리


가을이 오면

귀뚜라미 소리 들려올 수 있으려나

순서를 기다리는

아름다운 자연의 합주곡


온 밤이 하얗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