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호2021년 [시] 폭염주의보 외 3편 / 조외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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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 몸살처럼 지나갔다.
그 후유증에
타버린 꽃잎 위
가을이 내리듯
통증으로 다가오는
시어들의 완숙을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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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주의보
타는구나
뜨겁게 타오르는구나
여름 햇살이
목마름에 흐느적이던
꽃잎에 불을 놓아
피었다 지고
또다시 피는
저 연연함의 소망을 밟고
봄 여름 가을 겨울
경계를 잃은 꽃무덤
기다리라는 언약을
꽃말에 새겨 놓고
제 몸 태워
계절의 흔적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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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
어쩌자고
자꾸만 밀려오나
아프도록
하얗게 부서져도
오르지 못할
모래톱 언덕
끊임없이 몰아쳐도
한 발자욱
뒷걸음으로 멀어진
흔적만을 안고 가는
너는
바다의 풋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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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기는 예쁘다
집 앞
주차해 놓은 자동차
테러를 당했다
질펀하게 함부로 뿌린
오물 한 바가지
자식 같은 소중함이라
뼈 삭는 고통으로
쏟아부을
욕 두 바가지
공중으로 퍼 날리는데
전봇대 위
애기 까치
이리저리 종종거리며
애교를 떤다
실없이
웃고 마는
기분 좋은 세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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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음
여름
밤을 위하여
문을 열자
깨어 있는 모든 것들
더위를 향해
소리치고 있다
코로나에 지친 폭죽 소리
영역 싸움에 고양이 털 날리는 소리
분별력 없는 수탉의 홰치는 소리
뇌를 쪼아 대는 참새 소리
지칠 줄 모르는 모기 날갯짓 소리
가을이 오면
귀뚜라미 소리 들려올 수 있으려나
순서를 기다리는
아름다운 자연의 합주곡
온 밤이 하얗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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