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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호2021년 [추모시] 언니야 큰 언니야 / 이진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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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설악문우회
댓글 0건 조회 1,771회 작성일 21-12-15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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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야 큰 언니야



무릎 다쳐 입원한 병실 박차고 나와

철없이 따라나선 제주 여행

‘자네 기브스 하니 나랑 동급이네’

두어 시간 넘는다는 숲길 일행들 제쳐 두고

비싼 택시 대절한 큰언니 앞세워 미술관으로 향했는데

왈종왈종 밝고 밝은 작품들 큰언니 닮아

환한 기운 듬뿍 또 오자 약속했지


각시와 자식들 제 살 도려내듯 떼어 보내고

가난과 외로움 병이 된 이중섭 짧은 생 서러워

얼얼한 가슴 식히려 평상에 누워

고목 이파리들 하늘 춤사위 살랑살랑 바람결

자애롭게 어루는 큰언니 닮아

꼭 다시 오자 약속했는데


두 사람 손잡고 발맞춰 준

스물여섯 천사 소정이

철없는 기브스 쉰아홉 진여

여든의 소녀 충희 언니

하하 호호 깔깔

일백예순다섯 우리 셋

동급이라 즐거웠던 서귀포, 그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