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호2021년 [추모시] 도라지꽃 당신 / 최명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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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라지꽃 당신
시린 듯 살뜰한 남보랏빛 도라지꽃
오십 년 뿌리는 갈뫼에 두시고
꽃잎 닫고 하늘로 거처 옮기시더니
오늘 새벽 별꽃으로 피었습니다
가시기 며칠 전 드린 안부에
괜찮다, 괜찮다 하시던 말씀
그때는 아팠다, 너무 아팠다
오늘은 조곤조곤 귓속말 건넵니다
당신은 늘 그랬습니다
새로 나온 시집 한 권 보내드리면
넉넉히 보내라시며
받아 손수 지인들께 나눠 주시던
주변머리 없는 저를 먼저 읽은 거지요
ㄱ리우면 그리워하겠습니다
주절주절 근황도 드리겠습니다
별 지는 언덕을 막 넘어서다가
뒤돌아서서 조용히 내려다보는 당신
보랏빛 꽃 자락 회색 구름에 감기고
바다로부터 물빛 바람 젖어옵니다
가을비로 잠시 오시려는 건지요
두고 온 인연 참다 참다 못 참아
비 타고 잠시 다녀가시려는 건지요
도라지꽃 당신, 남겨둔 뿌리
튼실한지 가만히 둘러보시려는 게지요
살뜰한 당신 아마도 그러시려는 게지요
감사로 지은 빚
그리움으로 차곡차곡 갚겠습니다
아픔 없는 하늘에서 부디 평안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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