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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호2021년 [추모시] 도라지꽃 당신 / 최명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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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설악문우회
댓글 0건 조회 732회 작성일 21-12-15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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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라지꽃 당신



시린 듯 살뜰한 남보랏빛 도라지꽃

오십 년 뿌리는 갈뫼에 두시고

꽃잎 닫고 하늘로 거처 옮기시더니

오늘 새벽 별꽃으로 피었습니다


가시기 며칠 전 드린 안부에

괜찮다, 괜찮다 하시던 말씀

그때는 아팠다, 너무 아팠다

오늘은 조곤조곤 귓속말 건넵니다


당신은 늘 그랬습니다

새로 나온 시집 한 권 보내드리면

넉넉히 보내라시며

받아 손수 지인들께 나눠 주시던

주변머리 없는 저를 먼저 읽은 거지요


ㄱ리우면 그리워하겠습니다

주절주절 근황도 드리겠습니다


별 지는 언덕을 막 넘어서다가

뒤돌아서서 조용히 내려다보는 당신

보랏빛 꽃 자락 회색 구름에 감기고

바다로부터 물빛 바람 젖어옵니다


가을비로 잠시 오시려는 건지요

두고 온 인연 참다 참다 못 참아

비 타고 잠시 다녀가시려는 건지요


도라지꽃 당신, 남겨둔 뿌리

튼실한지 가만히 둘러보시려는 게지요

살뜰한 당신 아마도 그러시려는 게지요


감사로 지은 빚

그리움으로 차곡차곡 갚겠습니다

아픔 없는 하늘에서 부디 평안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