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호2021년 [추모시] 보살 같은 누님 / 김종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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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살 같은 누님
만날 때마다
두 손 꼭 잡고
토닥토닥
아이고, 우리 갈뫼 일꾼
늘 관음보살처럼 웃던 누님
모임 끝나고
밥값에 보태라며
슬그머니 봉투 하나 쥐어 주며
늙은이가 할 수 있는 게 뭐 있나
수줍게 등 돌리던
보랏빛 웃음으로 문수보살 같던 누님
갈뫼 문학기행 길
곶자왈 오름길
휠체어에 앉아
푸른 숲 푸른 하늘 올려다보며
아이고, 내가 전생에 무슨 덕을 쌓아서
고맙다 미안하다
염불처럼 외우며
합장하는 두 손이 미륵보살 같던 누님
이제는 저 높은 열반의 세상에서조차
누군가에게 엷은 미소로
누군가에게 자애로운 손길 내밀며
지장보살로 웃고 계실 영원한 갈뫼의 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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