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호2021년 [추모시] 이충희 누님 / 김춘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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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희 누님
함께 한 사십삼 년
크게 말하지 않고
화려한 몸짓도 없이
그저 은은한 향기의 백작약
강릉에서
삼척에서
가깝지만 않은 거리
웬만하면 쉴 만도 했건만
갈뫼를 만나는 날마다
거르지 않던 발길
늘 힘내라 손잡아 주고
따뜻한 밥 잘 챙겨 주던
큰 누님
마곡사 오르는 길
시인들에게 어깨 맡기고
느릿느릿 걸어가던 모습
군더더기 하나 없던
한 편의 시
사흘 뒤면 신축 설날인데
무어 그리 바쁘다고
그 먼 길 재촉하셨는가?
평생 산사 좋아하셨으니
그쯤에서 만나리
갈뫼산 깊숙한 곳
지지 않는 꽃으로
환하게 피어나시라.
(2021. 02. 09. 시인 이충희 잠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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