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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호2022년 [신입회원작품-시] 명태의 환생 주신(酒神)이 되다 외 2편 / 김선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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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설악문우회
댓글 0건 조회 568회 작성일 22-12-23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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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뫼>라고 하는 문학 관광열차에 무임 승차한 기분입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역무원의 차표 검사 시간이 다가옴에 안절부절한 내 모습을 생각해 봅니다. 지금은 무임승차라 낯설기도 하지만 앞으로 20여 량을 움직이는 기관차 바퀴가 되도록 노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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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태의 환생 주신(酒神)이 되다



쪽빛 바다를 온통 삼켜 버리고

큰 입 벌린 채

온몸 명주 실타래 감고서

문턱을 넘는 길손을

지그시 내려다본다


쉴 틈 없이

수선 피우던 주전자 모습 사라지면


서로가 밀치는 장지갑

지폐가 나올까

휑하니 움푹 패인 눈으로

슬그머니 내려다본다


그것도 말라비틀어진 몰골로

선술집 주신(酒神) 체면치레로

더 크게 주둥이 벌리고

동해를 갈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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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꿈 한 바리



사방 어스름이 깔리는 대항

무적 파도를 타는 오징어 배

밤바다 하늘길 열리고

배 뒷전 맥주 거품 같은 파도가 잰

은하수를 엮는다


월드컵 축구장 같은 불야성 아래

어묵꼬치처럼 팅팅 불은 손가락

물레, 물레를 돌리는 초췌한 아버지


막내 대학 등록금 생각에 속다짐하며

어제도 그제도 뼛골 빠지지만

한 두름 서너 두름 한 바리만 채워라 작심한다


아버지 꿈 한 바리*

오늘 밤 물레질 어깨에 핏대가 섰다.



* 한 바리 : 마른 오징어 20마리를 1축이라 하고, 생물 오징어 20마리를 한 두름 100두름을 한 바리라 함. 영동지방 방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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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울타리 두 고향



이름 석 자 문패엔 

세월 이끼 녹슬고

고향을 빼앗겨 세상 등졌던 

시간의 아픔

저 모래톱에 쟁여놓고


이따금 흘리는 아바이 몸 내음 

이 봅세, 칼 진 외마디

멎었던 심장이 맥동 쳤다


오늘은 내일 향해 달음질하고

에미나이* 시간저편 아득히 작아져간다


고향 잃은 사람들

고향을 일구는 사람들

슬레이트 처마 밑 흐트러지는 웃음꽃 

살 냄새 풍기는 그 곳

청호동

한 울타리 두 고향 살을 잇대다.



*에미나이 : 여자를 낮추어 함경, 평안도에서 부르는 이북 말, 방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