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호2022년 [신입회원작품-시] 명태의 환생 주신(酒神)이 되다 외 2편 / 김선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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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뫼>라고 하는 문학 관광열차에 무임 승차한 기분입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역무원의 차표 검사 시간이 다가옴에 안절부절한 내 모습을 생각해 봅니다. 지금은 무임승차라 낯설기도 하지만 앞으로 20여 량을 움직이는 기관차 바퀴가 되도록 노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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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태의 환생 주신(酒神)이 되다
쪽빛 바다를 온통 삼켜 버리고
큰 입 벌린 채
온몸 명주 실타래 감고서
문턱을 넘는 길손을
지그시 내려다본다
쉴 틈 없이
수선 피우던 주전자 모습 사라지면
서로가 밀치는 장지갑
지폐가 나올까
휑하니 움푹 패인 눈으로
슬그머니 내려다본다
그것도 말라비틀어진 몰골로
선술집 주신(酒神) 체면치레로
더 크게 주둥이 벌리고
동해를 갈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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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꿈 한 바리
사방 어스름이 깔리는 대항
무적 파도를 타는 오징어 배
밤바다 하늘길 열리고
배 뒷전 맥주 거품 같은 파도가 잰
은하수를 엮는다
월드컵 축구장 같은 불야성 아래
어묵꼬치처럼 팅팅 불은 손가락
물레, 물레를 돌리는 초췌한 아버지
막내 대학 등록금 생각에 속다짐하며
어제도 그제도 뼛골 빠지지만
한 두름 서너 두름 한 바리만 채워라 작심한다
아버지 꿈 한 바리*
오늘 밤 물레질 어깨에 핏대가 섰다.
* 한 바리 : 마른 오징어 20마리를 1축이라 하고, 생물 오징어 20마리를 한 두름 100두름을 한 바리라 함. 영동지방 방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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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울타리 두 고향
이름 석 자 문패엔
세월 이끼 녹슬고
고향을 빼앗겨 세상 등졌던
시간의 아픔
저 모래톱에 쟁여놓고
이따금 흘리는 아바이 몸 내음
이 봅세, 칼 진 외마디
멎었던 심장이 맥동 쳤다
오늘은 내일 향해 달음질하고
에미나이* 시간저편 아득히 작아져간다
고향 잃은 사람들
고향을 일구는 사람들
슬레이트 처마 밑 흐트러지는 웃음꽃
살 냄새 풍기는 그 곳
청호동
한 울타리 두 고향 살을 잇대다.
*에미나이 : 여자를 낮추어 함경, 평안도에서 부르는 이북 말, 방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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