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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호2022년 [신입회원작품-시] 진주댁 외 2편 / 강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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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설악문우회
댓글 0건 조회 548회 작성일 22-12-23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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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년 전 큰아들이 속고 다닐 때 담임 선생님께서 선물로 주셨다고 들고 온 책이 『갈뫼』였습니다. '풀니음'시낭송회에서 『갈뫼』 책에서 시를 골라야 한다고 하기에 그때 『갈뫼』를 보고 좋은 책이란 걸 알았습니다. 많이 부족합니다. 낮은 자세로 선배님들께 많이 배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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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댁



열아홉 꽃띠 나이에

첩첩산중 시집와


부모형제 잊으려고

이슬 맞으며 돌밭 일구어

손마디가 갈고리 된 일벌레


꽃사슴 가냘픈 몸으로

새끼 입에 밥알 넣어 주려고

일할 때면

황소도 때려 눕힐 듯한

힘은 어디서 나오는지


깊은 밤 풀벌레 울 때면

같이 울다 눈물도 사치라 했다


등 굽은 늙은 진주댁

잠든 숨소리가

관절 마디마디

녹아내리는 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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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을 먹은 남자



고향 제주도를 떠나

사랑하는 아내와 자식을 두고

사월 삼일 일본으로

도망갔다


십삼 년 세월 보내고

병신 같은 마음으로

집으로 왔는데

세 살 먹은 계집아이가

눈앞에 알짱거린다


임자 이 계집아이

누구 자식인가

해녀 아내는 몰라요

알면 어쩔 테요


남자는 매일 소주를 마신다

안주는 돌을 먹었는지

하루하루 뱃속은

돌처럼 굳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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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름달이 두 개다



부모형제 두고 피난 온

아바이 아마이들 모였다


해방의 기쁨도 잠시

이산의 아픔을 달래기 위해

속초 앞 바다 모래밭에 앉아


우리 어마니 대문 활짝 열어 두고

툇마루에 앉아 있겠지


통일 그 약속은 왜 이리 긴가

기다림과 그리움에

검게 타버린 가슴


순옥 아마이

“이남에 보름달은 우리 고향 달

보다 작은가”


경자 아마이

“달이 다 똑같은 달이지

달이 두 개가 아니오”


동혁 아바이

“싸우지 맙세

남쪽 달 북쪽 달

두 개가 있소”


함경도민 망향탑에

옹기종기 모여

북쪽 달 보며

통일을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