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호2022년 [신입회원작품-시] 진주댁 외 2편 / 강영화
페이지 정보
본문
25년 전 큰아들이 속고 다닐 때 담임 선생님께서 선물로 주셨다고 들고 온 책이 『갈뫼』였습니다. '풀니음'시낭송회에서 『갈뫼』 책에서 시를 골라야 한다고 하기에 그때 『갈뫼』를 보고 좋은 책이란 걸 알았습니다. 많이 부족합니다. 낮은 자세로 선배님들께 많이 배우겠습니다.
-----------------------------
진주댁
열아홉 꽃띠 나이에
첩첩산중 시집와
부모형제 잊으려고
이슬 맞으며 돌밭 일구어
손마디가 갈고리 된 일벌레
꽃사슴 가냘픈 몸으로
새끼 입에 밥알 넣어 주려고
일할 때면
황소도 때려 눕힐 듯한
힘은 어디서 나오는지
깊은 밤 풀벌레 울 때면
같이 울다 눈물도 사치라 했다
등 굽은 늙은 진주댁
잠든 숨소리가
관절 마디마디
녹아내리는 소리다.
-----------------------------
돌을 먹은 남자
고향 제주도를 떠나
사랑하는 아내와 자식을 두고
사월 삼일 일본으로
도망갔다
십삼 년 세월 보내고
병신 같은 마음으로
집으로 왔는데
세 살 먹은 계집아이가
눈앞에 알짱거린다
임자 이 계집아이
누구 자식인가
해녀 아내는 몰라요
알면 어쩔 테요
남자는 매일 소주를 마신다
안주는 돌을 먹었는지
하루하루 뱃속은
돌처럼 굳어 버렸다.
-----------------------------
보름달이 두 개다
부모형제 두고 피난 온
아바이 아마이들 모였다
해방의 기쁨도 잠시
이산의 아픔을 달래기 위해
속초 앞 바다 모래밭에 앉아
우리 어마니 대문 활짝 열어 두고
툇마루에 앉아 있겠지
통일 그 약속은 왜 이리 긴가
기다림과 그리움에
검게 타버린 가슴
순옥 아마이
“이남에 보름달은 우리 고향 달
보다 작은가”
경자 아마이
“달이 다 똑같은 달이지
달이 두 개가 아니오”
동혁 아바이
“싸우지 맙세
남쪽 달 북쪽 달
두 개가 있소”
함경도민 망향탑에
옹기종기 모여
북쪽 달 보며
통일을 기다린다.
- 이전글[신입회원작품-시] 참척 외 2편 / 이영수 22.12.23
- 다음글[신입회원작품-시] 명태의 환생 주신(酒神)이 되다 외 2편 / 김선우 22.1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