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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호2022년 [신입회원작품-시] 참척 외 2편 / 이영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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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설악문우회
댓글 0건 조회 560회 작성일 22-12-23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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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고 깊은 바닷속에 단 한 번도 낚시줄을 내리지 못했던 무심했던 시간들...

이제 바늘을 던집니다. 나의 채비가 무엇인가, 손이 아프도록 당기고 싶은 희망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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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척*



국화꽃 한 무덤

노란 만장(輓章)으로 흐느끼는

포스트잇


참혹한 이별

이건 아니라고 소리쳐도

가슴에 잠금 되는 슬픔


염치없는 수치는

오열로 답할 뿐

무력에 눌린 허무 내일을 몰라


지상의 꽃들이 사라져

별이 된다는 기도로

아픔을 위로하지만


청춘아

기억의 끈이 바람 되는 날까지

남은 자의 고통은 무기수


세상의 모든 물기 사라질 때

눈물도 떠나리


돈데이 보이 돈데이 보이*

수갑 찬 이태원

떠도는 얼굴 멈춘 젊음



*참척 (慘慽) : 자손이 부모나 조부모 보다 먼저 죽는 일

* 돈데이 보이 (“나는 어디로 가야하나” 뜻) : 미국으로 불법 이민한 멕시코인 들의 애환과 슬픔을 노래한 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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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집



어둠이 찾아오면 집으로 돌아가

무뎌진 다짐 세우고

내일의 희망을 만든다


고무신 바퀴 되어 세상 끌고 온 엄마

가장 낮고 깊은 곳에

작은 집 지으셨다


수만리 길 붉은 피 돌고 돌아

한 방울의 물로 지은 집

찹쌀같은 끈기와 진주가 된

눈물이 보관되었다


수많은 업신여김 이겨 내고

새끼를 사람으로 키워 낸 손길

엄마의 집

인내의 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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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둘기



검은 아스팔트 위 힐끔힐끔

절뚝거리며 걷는

저이 누구인가


망향가

갯배와 함께 바다로 떠날 때

그이 평화가 되어 하늘을 날았다


북녘 하늘 넘어온 날개

제 피붙이 마냥 챙기며

함께 이산을

삭히던 아바이


젓갈처럼 절인 세월

망자 되어 고향 찾고

그의 슬픔 고향으로 배달하던

비둘기

갈 곳 없는 도시의

노숙자 되었다


아바이는 고향을 잃고

비둘기는 평화를 잃은 채

모두 떠난 거리를 혼자서 떠도는

날아갈 곳 없는

저 무용(無用)의 날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