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호2022년 [신입회원작품-시] 참척 외 2편 / 이영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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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고 깊은 바닷속에 단 한 번도 낚시줄을 내리지 못했던 무심했던 시간들...
이제 바늘을 던집니다. 나의 채비가 무엇인가, 손이 아프도록 당기고 싶은 희망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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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척*
국화꽃 한 무덤
노란 만장(輓章)으로 흐느끼는
포스트잇
참혹한 이별
이건 아니라고 소리쳐도
가슴에 잠금 되는 슬픔
염치없는 수치는
오열로 답할 뿐
무력에 눌린 허무 내일을 몰라
지상의 꽃들이 사라져
별이 된다는 기도로
아픔을 위로하지만
청춘아
기억의 끈이 바람 되는 날까지
남은 자의 고통은 무기수
세상의 모든 물기 사라질 때
눈물도 떠나리
돈데이 보이 돈데이 보이*
수갑 찬 이태원
떠도는 얼굴 멈춘 젊음
*참척 (慘慽) : 자손이 부모나 조부모 보다 먼저 죽는 일
* 돈데이 보이 (“나는 어디로 가야하나” 뜻) : 미국으로 불법 이민한 멕시코인 들의 애환과 슬픔을 노래한 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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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집
어둠이 찾아오면 집으로 돌아가
무뎌진 다짐 세우고
내일의 희망을 만든다
고무신 바퀴 되어 세상 끌고 온 엄마
가장 낮고 깊은 곳에
작은 집 지으셨다
수만리 길 붉은 피 돌고 돌아
한 방울의 물로 지은 집
찹쌀같은 끈기와 진주가 된
눈물이 보관되었다
수많은 업신여김 이겨 내고
새끼를 사람으로 키워 낸 손길
엄마의 집
인내의 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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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둘기
검은 아스팔트 위 힐끔힐끔
절뚝거리며 걷는
저이 누구인가
망향가
갯배와 함께 바다로 떠날 때
그이 평화가 되어 하늘을 날았다
북녘 하늘 넘어온 날개
제 피붙이 마냥 챙기며
함께 이산을
삭히던 아바이
젓갈처럼 절인 세월
망자 되어 고향 찾고
그의 슬픔 고향으로 배달하던
비둘기
갈 곳 없는 도시의
노숙자 되었다
아바이는 고향을 잃고
비둘기는 평화를 잃은 채
모두 떠난 거리를 혼자서 떠도는
날아갈 곳 없는
저 무용(無用)의 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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