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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호2022년 [시] 식민지 외 10편 / 김영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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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설악문우회
댓글 0건 조회 485회 작성일 22-12-26 1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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泰山不辭土壤 

故能成其大 

河海不擇細流 

故能就其深 

雨不濕海

*司馬遷(기원전 145년~80년)의 「史記」 李斯列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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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민지



바둑은 인공지능 식민지다.


시인은 언어의 식민이고

작가 반열에 들지 못한 화가는

색채와 대비의 우매한 백성이다.


낫 한 자루 제대로 벼리지 못하는

군사, 에너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종교의 상관식민지에서

대한민국 大자를 이마에 두르고

월드컵 깃발 속으로 몰입한다.


Made in Japan 아니면 농사를 지을 수 없는

외국인 노동자 없으면 식량 생산도 어려운

검둥이 신부 아니면 아이 울음도 들을 수 없는

평균 연령 70대에 이르는 동학 년의

성난 아우성을 면박할 일인가?


다문화 가정의 잡종강세가 이어져

이민자 차별 반대 시위를 벌여도

에둘러 방관할 것인가?


별은 식민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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和易不流



바람과 입맞춤이 인생인 것을


정처 없이 출렁이는데


처사가 하는 말


어울리되 휩쓸리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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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사동



해일에 죽은 선원의 뼈들이 드러나곤 하던

모래밭이 금싸라기 해변이 될 줄을 왜 몰랐던가?

평당 4원이던 땅값이 4천만 원

석호를 호수로 추억한다.


반지하도 감옥도 사람 사는 집인데

사람 사는 세상은 어디 갔나?


밥 먹으라면

밥만 먹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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虛業



정치는 虛業이라 했다.


언론과 방송이 철조망 허물다가 다시 세워 부추기고

전문해설가를 대면시켜 토론하면서

고추장 바르는 보수와 진보

창과 방패가 싸늘하다.


흰색이 혼자 밝던가?


한 표 차로 이겨도 부족을 독식하는

사화와 당쟁의 한풀이도 유전인가?

씨족 국가의 합종이

정의로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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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박물관



유화물감의 거북등 빗살무늬가 맨살을 드러낼 때

사인(sign)과 낙관 없는 화폭의

무소유를 클릭한다.


작가는 절규와 사랑을 찍어 낼 수 없어

요절했을까?


畵中有詩

詩中有畵


다리도 아프고 눈도 아른거려 손금에

진땀이 배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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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명놀이



칡뿌리이사간골짜기첩의딸년촐랭이

톱다리개미허리노린재머슴

넓적다리꺽쇠박은제초제통훈장

솔버덩물쿠덩한반딧불이처녀

맴이꼬부라진심퉁이산도적

거지발싸개말라깽이여편네

염통구멍난간질총각

여우골밴댕이파먹는할망구

벌거숭이소장수혀짧은민달팽이

배불뚝이허풍선이양치기

기억자로꼬부라진좀비언니

배터진사마귀실지렁이곰지락거리는

달빛웅덩이


치매걸린네눈박이할아버지

천방지축망둥어애비

팔등신복부인여편네

피라미혓바닦낛시바늘물고줄넘기하는

삼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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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분창



진눈깨비 보름 동안 주야로 내리더니 산천은 간데없다.

잔반통 근처에 참새와 콩새 비둘기들이 모여들었다.

석탄 가루로 난방하는 내무반의 페치카 말뚝을 자청한

말년 병장 시절 참나무 등걸 위에 물 반죽한 탄가루 떡을

거북등처럼 바르고 구멍을 서너 개 뚫어 토치로 불을 지핀다.

조청같이 늘어나는 마그마 마력 위에 다시 탄가루를 개어 바르면

탱크만한 보일러 물통이 설설 콧노래 부를 자정 넘은 시각에

언 강을 대각선으로 건너가 독가촌에서 사들인 소주와

반합에 끓인 라면을 안주로 사발 떼기로 나누어 마시고

새들도 왕소금 찍어 먹었다.


까라면 까고 명에 죽고 사는 졸병 시절 삼동은 신전이다.

울진 삼척 침투 간첩 중 남은 두 놈이 향로봉 루트가 막히자

귀순 일자를 넘기고 대치하다가 밤샘하며 양주 까는 육군지휘소에


수류탄 던지고 자폭을 시도했으나 한 놈은 생포되었다.

수첩에는 독가촌에서 밥 훔쳐 먹고 통학버스에 올라 여고생 몰카 찍으며

군단을 정밀 탐색하였고, 약초 캐는 민간인 할머니를 강간하였으며,

싸리비 매러 사역 나온 병사를 살해하기도 하였다.


페치카는 꺼지면 영창 간다. 총알과 생명처럼 소중하였으므로

보초를 나가지 않는 조건으로 아프리카 검둥이가 되어

물 지게로 강 얼음 잘라 나르다가 판문점 도끼만행 사건 직후

징집되었던 장정은 36개월 만기 제대되었다.


오, 내린천!

간호장교와 사랑을 저울질하기도 했으며, 가리산 유격장에서

죽을 것만 같았던 훈련이 일생의 피와 살이 되었다.

외박했던 피아시 메기매운탕집, 방산약수터, 조침령,

서화리 기방들 다시 가보고 싶지만

야전병원은 사라지고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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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선나무



삼백예순날

잊고있어도

가는봄날을

불러세우며

폐를찌르는

고혹한그녀

미선미선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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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정원



우크라이나 원전 앞마당에

붉은 철쭉 장미 봉숭아 양귀비

백일홍 맨드라미 씨앗을 보낸다.


귀신을 막으려면 할 수 없지?


마네의 아지랑이 꽃밭에서

챙이 넓은 모자를 눌러 쓴 여인에게

물매화 향기 나는 백신을

네 번이나 허용했어도

박물관 가는 길

미술관 입구

손자 유치원 입학식 날에도

위풍당당 행진곡을 들으며

입장하는 버릇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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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쟁이 할매 사설



동해 바다 돼지 오줌통 맹글고 먹고 마시고 싸는 화상은

서울 놈이 아니랑께.

계곡에 주리를 틀고 비곗덩어리 태우며

똘팍에 쓰레기 처박고 개차반이지비.


seoulite 귀골은 바다에 몸 담구지 않고

뽕 따러 계곡에 들지도 못한 당께.


거시기 가설라무네 터놓고 말하믄

고향 버리고 떠난 얼치기 비탈 감자지비.


특별자치도 경계에 톨게이트를 짓고

특별관광세 십만 원 미리 적립시키는 거야.

귀경할 때는 쓰레기 되 가져 오면

강원상품권으로 환불해 주면 어떨까?


아이가 차창 밖으로 쓰레기 던지면

차 세우고 걸어가 줍게 훈계하시라.

유치원 이하이면 부모 중 한 사람이

쓰레기 수거 시범으로 뼈대 있는 가문의

도덕책 한 권 집필하시라.


국립공원 DMZ 천년휴식제 발동하고

화전정리 시절로 돌아가서

하산을 행정명령 하시라.


어느 천년에 명태가 환생할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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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치기 소년



별들은 굶주림의 추억을 잃어버렸다.

야생성에 대한 본능을 갈망한다.


천적이 사라진 고양이도 먹을 것이 없으면

초상난 집 아궁이로 들어가

구들장을 후비다

발톱 헤어지는 줄 모른다.


양치기 소년이 자주 출몰하는 별에는

정권교체기 포퓰리즘이 인플레이션을 낳고

최악의 시나리오로 살얼음판 위를 질주한다.


축제의 속성이 남의 주머니 털어서

먹고 놀자는 좌판이 되고

재난지원금 챙긴 자영업자들은

옛날을 그리워한다.


한계비용 제로사회

가뭄과 홍수에 뱀도 콩을 따 먹는다지만

아동수당 지급이 인구를 늘리지 못하며

무상교육이 학력을 향상시키지 않는다.


쌀값은 폭락하는 대신 고기와 치맥 피자의 가공식품이

식탁을 점령하면서 농촌은 초상 치를 일만 남았다.

지역방위군으로서 식량과 산소탱크 유지의 공로를 인정하고

농어민 수당을 연간 1억 원 지급하라.


복지가 노동생산성을 흔들고

야생성을 상실한 백성을 복제하며

시나브로 나태하게 만드는 것은 아닐까?


집을 나서면 과태료 천국이고

피의자 나락으로 밀어 넣는 사회화는

슬픈 일이다.


양극화로 불신을 부추기는 언론과 방송들이

말초신경을 멍때리게 만든다.


양치기 소년이 사라지지 않을지라도

솔향 노을 물소리 벗 삼아

느리게 걷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