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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호2023년 [시] 벼 밭에 배후는 없다 외 7편 / 김영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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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설악문우회
댓글 0건 조회 58회 작성일 23-12-15 17:23

본문

그만 졸업하고 싶지만 갈뫼는 뇌하수체 어딘가 각인되어 있는 모천(母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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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 밭에 배후는 없다



쌀이 천덕꾸러기가 되고

귀농이 패착이라 할지라도

농사꾼으로 살아 볼 것이다.


농자재 비료 농약을 보조해 주고

자기 임금을 보전받는

동공화 되어 가는 빈민굴에서

손익분기점은 의미가 없다.


선산이 재선충병에 묶여

벌채와 정원수 반출도 기약이 없지만

쌀밥에 산나물 버섯으로

와유창신이면 족하다.


벼 밭에 배후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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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나무



슬픔이 많은 나무가 가시를 키우는 건 아닌지?


기도하며 간구하다가 콕 집히는 거

이에는 이로

악법은 태어나고

신은 죽고


역차별에 콩나물시루가 터지더라도

산초기름에 두부 구워

목젖을 달래 보는

툇마루


마스크 걷어치우니

코로나에 걸려 있었고


천정부지로

물가는 올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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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솥



밥솥은 부자여야 한다.

짜글짜글한 찰보리쌀이

고슬고슬하게 섞인


논으로 밭으로 혈당을 낮추려 쏘다니다가

풋고추 한 움큼 챙기고 어스름에

후줄근하게 젖은 몸으로 돌아와

허기를 달래려 단추를 눌렀을 때

비어 있는 밥솥은 까칠하게 슬프다.


가난은 미리 막을 수 있다.

외출하기 전에는 도둑이 들어와

배불리 퍼먹고 가도 남도록

쌀부터 안쳐 놓고 나가야 한다.


노년은 폭풍우가 지나가도록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비사래 치는 길 위에서 춤을 추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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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



신은 왜 나비에게 노래하는 재능을

부여하지 않았을까? 고민해 보았습니다만

인간에게 날개를 달아 주지 않은

배려는 가상합니다 그려


깃털은 추락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아픔의 극한에서 열외

화두가 심장을 콕콕 찌릅니다 그려.


시체팔이 부모들의 아우성

똘망한 눈빛을 뒤로하고 떠나야 했던 여선생님

스쿨존이 있어도 꼭두를 따라가게 구조화된 그 길

역차별을 내포한 성폭력 특별법

무참히 살해되는 사랑과 전쟁

지진이 머리에 쥐나게 합니다 그려


미래의 소크라테스여

악법도 날개가 달렸나 봅니다 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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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평적 소음



물소리 찰박찰박 들려 왔다.

죽순이 어둠의 계곡을 끌어안고

증언을 거부한다.


가정교육에서 우선멈춤이 사라지고

수직적 소음의 일탈 방조하는

사회화 조짐을 드러내는 건 아닌지?


먹고살 만하니 품위가 촌년이다.

중국 유저들이 그러하고

핵폭에 젖었던 열도가 한술 더 뜨는

수평적 소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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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병원



가뭄 끝에 폭우가 때리니

살모사 해산하는 냄새가 진동한다.


금강송들이 빨간색으로 고사하는데

산림청 수목병원은 속수무책이고

산불은 강과 능선을 초토화시키며

넘나든다.


ASF 막으려 오십 겹으로 친 철조망이

뚫렸다. 멸종된 멧돼지와 매몰된 가축들

시나브로 꿀벌들이 멸종되고 과일은

열매를 달지 못해 가격이 급상승했다?


지구는 병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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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비도프



식물들도 장유유서를 알고

암수한몸 암수딴몸이 있다.


화문석의 조상이 방동사니일지도 모르고

조의 조상이 강아지풀이라니


쭉정이 씨앗이 멀리 날아가 후숙되고

봄이면 싹을 틔우고 룰루랄라

좌선성이냐 우선성이냐

갈등이라는 말의 어원이 탄생한다.


다람쥐는 씨만 빼먹고 포도는 버린다.

새들이 열매를 소화시킨 후 씨만 배설하더라.

날개가 없어도 대륙을 건너 이사를 가고

변이와 천이를 가르쳐 준

유전학자 다비도프


내가 태어나기 10년 전 간첩으로 체포되어

고문당했으며 55세에 수용소 병원에서

영양실조로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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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



야생화 피는 언덕에 서서

운무 속으로 작은 공을 밀어 올리지만

추락하는 지점은 페어웨이가 아닐 때가

늘어 간다.


툭하면 나무아미타불

톡톡 튀면서 퐁당 도로아미타불

백팔 타를 마치던 시절 누군가

골프의 원조가 절 마당이라 했다.


후배들이 회장님으로 오너를 주니

순진한 캐디도 그렇게 부른다.

뒤땅 치다 엘보우 생긴다고

‘우리끼린데’ 페어웨이에 드롭시키며

재촉하듯 땀을 닦는다.


골프는 인생살이처럼 어렵다.

버디에서 보기로

갈 데까지 걸어가 보기로

정진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