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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호2002년 [시-권정남] 옮겨 심은 장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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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671회 작성일 05-03-28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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옮겨 심은 장미


꽃집에서 사 온 분홍빛 장미가
베란다에서 잘 자라지를 못 해
아파트 담 밑에 옮겨 심었다.

아침 방송에 독일 입양아가
친부모를 찾으러 나왔다.
훤칠한 키에 잘 생긴 그 청년이
부산 어느 보육원에서 버려졌노라며
눈물 글썽인다

우연히 아파트 담 밑을 지나다보니
달포 전에 옮겨심은 장미가
흙더미 위에서 뿌리내려
분홍빛 방글방글 웃는 얼굴로
나를 끌어당기고 있었다.

자기색깔과 향기를 지니고
공학 박사 되어 돌아온 독일 입양아

내가 시든 장미를 옮겨심어 놓고
어린 꽃에게 관심을 갖지 않았듯이
마음 떠난 것에 대하여는
그 누구도 뒤돌아보지 않는 법이다

아무도 반겨주지 않는 고국 방송에 나와
“어머니, 아버지 절대로 원망하지 않겠어요.”
싱싱한 그 청년이 활짝 핀 장미 되어
어설픈 모국어로 떠듬떠듬 말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