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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호2002년 [시-권정남] 성자(聖子), 벚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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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719회 작성일 05-03-28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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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자(聖子), 벚나무

구룡령 아래 현서 분교 마당엔
오래된 벚나무 한 그루가 있네
달빛 쏟아지는 밤이면
뿌리하나 땅에 내리고
꽃피움을 위하여 명상에 잠겨있는 나무
그 나무아래 놀던 아이들 눈동자는
훗날 빛이 되어 남아 있다네

현서 분교 오래된 벚나무를 보면
비바람 맞으며
평생 한자리에 자신을 가두어놓고
묵상에 잠긴 봉쇄수도원 수도사가
인도의 성자 싯달타가 생각이 나네
몸 안의 자신을 삭이며
세상을 환하게 밝혀주는 사람들

만개한 벚나무를 만나러
사월이면 분교 마당엔 사람들이 모이네
수천의 꽃잎들이
지상에 아름다운 말씀 전하기 위해
공중에서 나비가 되네, 꽃비가 되네
허공을 흔드는 꽃들의 눈짓
하르르 하르르
땅을 적시고
세상 어두운 곳 적셔주고

벚꽃 잎 떨어지듯 봄날이 가면
차르륵 차르륵
성자들의 옷이 지상에 끌리는 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