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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호2003년 [시-김향숙]마지막 동창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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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갈뫼
댓글 0건 조회 2,509회 작성일 05-03-28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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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가을마다 기미 주름살 얹히고
겨울 봄 지나며 귀밑머리 하얗게 세어 가다가
차에서 내릴 적마다 아이구 소리로 엉치뼈를 추스리고
일그러진 판화처럼 웃음도 울음 표정이다가
글씨 낯익은 총무가 보낸 동창회 모임 엽서를 받고
멋진 카페로 설레며 외출할 것이다

옛 친구들 모두 소녀가 되고 아이가 되어
소똥 구르던 옛 얘기에 서로 오줌 지리며 웃다가
떠주며 덜어주며 맛있는 저녁을 먹고
주름살 판화 같던 얼굴도 날아갈 듯 펴고
늦은 밤 상기된 얼굴로 돌아오곤 할 것이다

그러다 그러다
정겹던 이름 하나 둘 사라져가고
영안실이나 병상을 문안하던 친구들마저 기운 잃어
몇 안 되는 사람 쓸쓸히 남을 마지막 동창회
오래도록 손을 잡고 인사가 길어진 저녁
돌아서는 누군가의 하얗게 굽은 뒷모습이 보인다

그래
잘 가게
마지막까지 따뜻했을 우리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