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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호2002년 [시-지영희] 그녀는 詩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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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556회 작성일 05-03-28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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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詩다


  두 박사 아들과 박사 며느리를 둔 사촌 경옥이 언니는
형제 중 제일 무뚝뚝하고 인물이 없어 묻혀왔었다. 내가
그녀를 느끼기 시작한 건 우리 엄마를 함부로 대하던 형부
때문이었다. 만나면 인사 정도, 그녀가 병든 시아버지 수
발에 농사까지 혼자 지낸다며 칭찬이 내게까지 흘러와도
뜨악했다. 가끔 그녀가 친정에 들러 고모와 함께 지내는
우리 엄마를 위해 애쓴다는 얘기에도 감동이 없었다. 그런
내가 그녀를 진실로 존경하게 된 것은 얼마 전이다.
  당뇨와 신장 때문에 한 주일에 두 번씩 투석하는 남편을
병원에 들여보내고 왔다며 올해처럼 콱콱 막히는 더위에
오자마자 작업복으로 갈아입고 청소를 한다. 명색이 딸인
내가 사양하니 일부러도 운동하는데 살 빼고 좋지 머어하
며 봉사니 도움이니 하는 기조차 없이 땀에 젖는다. 외려
지난 설날에 준 참기름 잘 먹고 있다며 고마워한다. 내참,
부끄럽고 괴로워 얼른 부엌으로 간다. 따라와 설거지를 거
든다. 큰어머니는 내겐 친정 어머니 같아. 옷도 사주고, 반
찬도 챙겨주고 난 엄마를 얻었어.

용돈만 드리는 피붙이란 것이 뭐냐, 시인이 다 무에냐. 사
랑을 제대로 알고 행하는 그녀, 그녀가 바로 詩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