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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호2002년 [시-지영희] 아름다운 것·성악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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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837회 작성일 05-03-28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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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것·성악가


  몇 해전 미국에 갔을 때 그는 새로운 사업에 필요한 자
격증을 따려고 공부하고 있었다. 쉰이 훨씬 넘은 나이에
한글도 아닌 영어 사전을 찾아가며 생소한 전문 용어를 익
힐 무렵 그는 장님인 테너 안드레아 봇첼리를 따라 간간이
절규하듯 노래 부르며 탄력을 얻곤 했다. 곧 바다로 나가
불러볼 거라며 두 눈 가득 푸른 파도를 담아낼 때 난 소리
꾼들의 득음 과정을 이야기했던 것 같다.
그랜드캐년을 다녀오니 그는 자격증을 땄다며 오 솔레미
오를 부르다 고음에 걸려 기침을 한다. 어렴풋하다.

  혹시 전화 못 받았어요? 렛슨을 받겠대요. 성악가로 데
뷔를 하고 싶다나요. 연습에 들떠 있어요. 만약에 연락 오
면 실망하지 않게 힘들거라고 말해 주어요. 우리들 말은
별로...그 때 그 자격증으로 새로운 사업을 시작했다며 걱
정스레 전화를 끊는 올케에게 난 축하한다는 말만 한다.

처음이었다.
두 눈썹이 새까맣게 붙은
동네에서 소문났던 호랑이 오빠가
아름답다고 여긴 것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