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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호2002년 [시-지영희] 아름다운 것·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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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599회 작성일 05-03-28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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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것·가수


시골 여학교 체육교사가
민박집 아저씨를 꿈꾸는 이야기는 이렇다.

하루에 서너 차례 기차가 지나간다.
누워 있으면
밤기차 밑으로 철로 따라
노래되어 온몸 울렁이던 위풍 센 그 자리
사층 원룸 민박 건물이 세워졌다.

전망 좋은 이층 거실 한구석 탁자 앞에
이것이 민박 아저씨 모습일거라며
예약이 즐비한 수첩을 보며 외는데
빨간 덧문 사이로 기차가 지나간다.
반대편에 세워진 기타가 웅얼거린다.
  
   훗날 앞마당 공연을 위해 매일 연습해, 노래 연습.
   -별이 빛나는 밤에?
   아니
   -찬찬찬?
   조동진
   노래는 웬만한데 이게 잘 안 돼.

왼손가락 허공에 여섯 줄 현란하게 짚는데
벽에 기대놓은 기타가
거실 가득 기차를 따라 출렁인다.
민박집아저씨가 되는 일이 아름답다고 여긴 건
나의 넷째 오빠였기 때문만은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