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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호2002년 [시-김향숙] 나무 아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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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718회 작성일 05-03-24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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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아래서


오래 전
어두운 길 열어 제 몸 세워냈을
첫 번째 나이테
지구가 태양을 돌아오는 동안
나무는 느린 동그라미 하나밖에 그리지 못하지만
나무가 쓰러지지 않는 것은
제 안을 끊임없이 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스쳐 지나는 모든 배경으로 길을 트고
잎새들 저리도 할 말이 많은데
나는 아무 말도 알아듣지 못하여
나무 이야기가 들어있는 노래만 불렀다

서 있는 일은 외롭고 고단하여
바람도 멈추면 쓰러지는지
나무 아래 서 있는 나도 흔들다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