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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호2002년 [시-채재순] 물통 지고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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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547회 작성일 05-03-28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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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통 지고 가는 길


수맥을 찾지 못해
장노인 집 펌프 물을 길어다 먹었지
산 밑 첫 집, 어릴 적 우리 집엔
양철 물통 있었어
처음엔 욕심을 내어 물통 가득 물 담아
오르기 시작했지
물 줄줄 흘리며 올라갈 수밖에 없었던 언덕길
물통 안에 늘 반만 남아있던 시간들
길바닥에 흘린 물 자국 따라 내려와
다시 물지게 지고 오르던 길
물지게를 면하면 홀가분해질 줄 알았던 거야
오늘도 이렇게 생의 물통을 지고
여전히 기우뚱기우뚱, 출렁출렁
가고 있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