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호2002년 [시-채재순] 그 나무가 걸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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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나무가 걸어가고 있다
나무 밑에서 공기놀이하던 소녀가
저녁 노을 속으로 걸어간다
주름 많은 껍질과 잎들을 만지며
울퉁불퉁 쟁여온 시간들을 만나고 있다
땡볕에 나무를 돌고 도는
이 학교 졸업생이라는 칠순의 할머니
개교 당시 심었다는 왕벚나무
손이 터지는 줄도 모르고 놀다가
무심코 올려다본 나뭇가지,
그 사이로 본 하늘
삶이 쓸쓸해질 때
왕벚나무 부르며 그 그늘 안으로
수없이 들어갔다고
낮게, 낮게
생각의 가지를 드리워 만든 그늘이
일렁이고 있다
제 둥치는 썩어 들어가도
힘줄 세우며 잘도 뻗어 가는 가지들,
이파리들; 수 천 개의 푸른 기상 나팔을 불어 제키는
왕벚나무 그늘이 가득하다
그녀 안으로 나무가 걸어가고 있다
나무 밑에서 공기놀이하던 소녀가
저녁 노을 속으로 걸어간다
주름 많은 껍질과 잎들을 만지며
울퉁불퉁 쟁여온 시간들을 만나고 있다
땡볕에 나무를 돌고 도는
이 학교 졸업생이라는 칠순의 할머니
개교 당시 심었다는 왕벚나무
손이 터지는 줄도 모르고 놀다가
무심코 올려다본 나뭇가지,
그 사이로 본 하늘
삶이 쓸쓸해질 때
왕벚나무 부르며 그 그늘 안으로
수없이 들어갔다고
낮게, 낮게
생각의 가지를 드리워 만든 그늘이
일렁이고 있다
제 둥치는 썩어 들어가도
힘줄 세우며 잘도 뻗어 가는 가지들,
이파리들; 수 천 개의 푸른 기상 나팔을 불어 제키는
왕벚나무 그늘이 가득하다
그녀 안으로 나무가 걸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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