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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호2002년 [시-장승진] 바람의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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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656회 작성일 05-03-28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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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집


집을 짓지 않는 나는
마음대로 떠도는
바람을 그리워하네
바람 중에도

나무잎사귀 지나온 바람
초록바람을 그리워하네
부드럽고 강하며
늙지 않는 너를 그리워하네
비를 맞으며

빗속에 안겨 참으로
편안했던 기억
그 기억의 언덕에 서서
오래도록 너를 부르네
너는 나를 촉촉히 젖어들게 하고

메마른 상처의 기억들 잊게 하고
거칠어진 마음 밭에 다시 씨 뿌려
튼실한 꽃대궁 꿈꾸게 하고
비가 내리면

그 비 다 맞고
날아오를 수 없는 지상에 남아
바람으로 짓는 집을 그리네
나뭇잎 향기 가득한 집
바람으로 기둥을 세운
쓸쓸하지 않은 영혼의 집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