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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호2002년 [시-이화국] 추억밟기 --- 애곡 정한모 선생님 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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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502회 작성일 05-03-28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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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밟기 --- 애곡 정한모 선생님 별세


별은 졌습니다
북극성처럼 35년 변함없던 저의 길잡이
풍덩 뛰어들어 개구리헤엄 쳐도 웃기만 하셨지요
센 머리의 제자를 업어 자갈길도 건네주셨지요
당신 생명력 뗏장 같다 일모(一茅)라 하신 호
마지막 하느님 대전에 부르심 받았을 땐
스테파노라는 이름 하나 더 생겼지요
서울대 교수, 문예진흥원장, 한국시인협회장
문화관광부장관을 역임하셨어도
데리고 있던 운전기사 한 번 바꾸지 않았다는
말씀이 귀에 더 남습니다
운명하신 다음 날 새벽녘 꿈엔 선생님께서
하얀 동정 검정 두루마기에 수녀님 두 분 함께
가난한 저희 집엘 들르셨습니다
꿈에서도 선생님 돌아가셨단 말이 꿈이었구나 했는데
꿈 깨니 선생님은 여전히 이승의 저 편에 계셨지요
70년 만의 추위라는 1991년 2월 23일의 날씨
생전에 온화하신 성품을 시샘하는 듯 합니다
파주군 광탄면 북향해 앉으신 묘역 황토자리에
이렇게 버리고 발걸음 돌려야 하는지요
풀 한 포기 없는 벌판에 누워 계시게 하다니…
운명의 강 앞에서 건너 오가지 못함을 압니다
오늘 밤도 저의 따뜻한 꿈속에 드시어
돌아가셨단 말이 거짓이었구나 다시 말하게
해주세요 선생님
부디 평안히 영면하시옵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