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호2002년 [시-김향숙] 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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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가
봄 기다릴 일 있으랴
흙담 따라가며 무너진
적모란꽃 덤불자리
아이다운 아이로 자라지 못한
어른답지 못한 어른들의 도시로
먹이를 공급하다 지친 노인들마저
자리 비워 가는 시골 폐가
겨우내 진눈깨비 혹독한 따귀를
돌쩌귀 한 손으로 거머쥔 채
저 혼자 다 맞아낸 쪽문 혼자서
무너진 흙담 겨드랑이로 드나드는 햇살 한 조각
사시 눈 겨우 뜨고 지켜보고 있었다.
봄 기다릴 일 있으랴
흙담 따라가며 무너진
적모란꽃 덤불자리
아이다운 아이로 자라지 못한
어른답지 못한 어른들의 도시로
먹이를 공급하다 지친 노인들마저
자리 비워 가는 시골 폐가
겨우내 진눈깨비 혹독한 따귀를
돌쩌귀 한 손으로 거머쥔 채
저 혼자 다 맞아낸 쪽문 혼자서
무너진 흙담 겨드랑이로 드나드는 햇살 한 조각
사시 눈 겨우 뜨고 지켜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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