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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호2002년 [시-이충희] 상주를 지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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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460회 작성일 05-03-28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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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주를 지나며


얼마만인가 상주를 눈으로라도 밟는 것이
내 아이 적 풀각시가 묻힌 곳
다리 건너 고택에 할머님 단정하시고
경대 뒤로 뱀이 기어 들어가
며칠을 얼씬도 않던 엄마 방
B29가 높은 구름 사이로 언뜻언뜻 보이고
습기 찬 방공호로 가는 길이 보이고
장롱 뒤 숨겨둔 쌀이 들킬까봐
조마조마했던 심장소리 들리고
병원놀이 할 때 의사였던 사내아이는
이름도 얼굴도 생각나지 않는 조무래기 가시내들은
언니 담임이던 일본 선생님 떠나던 전 날
이웃 몰래 미시가루를 갖다드리러 나선
엄마 뒤를 몰래 따라가다 낭패한 일이며
새 외숙모가 사주시던 따근따근한 군밤이며
발이 통시에 빠졌다고 떡 해주시던 외할머님
그런 몇 컷의 컬러사진이 건재하는

상주는 아직도 내 기억 속 포르말린 삽상한
그래서 가끔 그리운 눈물샘 근처 거기에 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