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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호2002년 [시-이충희] 그림 뒤의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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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463회 작성일 05-03-28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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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뒤의 그림


그림 뒤의 그림을 읽는다
저 당당한 펼친그림 뒤의 숨은 그림 찾기는
고행 아니고 만행이 옳다
붓을 세워 일가를 이루는 물감의 교접
그 혼의 경계에 닿기까지의 공덕
치열한 살생의 흔적 한 획에
감추는 비법 터득하기까지 치루는
눈물의 허기 간단없다

나는 그림 한 폭을 얻기 위해
내 처녀를 제물로 바치고
그의 아이를 낳고 그를 기다리고
충견이 되어 멍멍 짖기도 했었다
택도 없다 계산기로 꼭꼭 누르니
3호 짜리 유화 한 폭 값도 못되는
삼십 수년 내 여자는 수몰되고
내 그림은 내 안에서만 안주하는
그래 개인적인 개인사니까
비공개 비공식 비현실적인 경영이니까
이 혹독한 대가는 당연하다
그림 뒤의 또 다른 그림
詩로 가는 길이 열려있다는 사실만으로
얼마나 滔滔한가
이충희
38 갈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