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호2002년 [시-김춘만] *「루사」를 만났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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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사」를 만났을까?
임오년 구월 초하루
정노인의 죽음을 두고
사람들의 말은 분분했다.
조상 답 열두 마지기가
자갈밭이 되어서가 아니라
마당의 오십 년 대추나무가
뿌리 채 쓸려가서가 아니라
군대까지 갔다온 다 큰 장정
조카녀석이 자동차에 갇힌 채
실종되어서가 아니라
진흙과 뒹굴던 하룻밤 뒤
이토록 맑은 하늘이라니
바깥 한바퀴 돌아보고 나서
말수 적은 당신답게
멀쩡한 앞산만 쳐다보았단다.
그런 정노인
이유도 없이 꼿꼿하게 돌아가신 일을 두고
사람들의 말은 분분했다.
*2002년 8월 31일 강원 영동을 강타한 태풍
임오년 구월 초하루
정노인의 죽음을 두고
사람들의 말은 분분했다.
조상 답 열두 마지기가
자갈밭이 되어서가 아니라
마당의 오십 년 대추나무가
뿌리 채 쓸려가서가 아니라
군대까지 갔다온 다 큰 장정
조카녀석이 자동차에 갇힌 채
실종되어서가 아니라
진흙과 뒹굴던 하룻밤 뒤
이토록 맑은 하늘이라니
바깥 한바퀴 돌아보고 나서
말수 적은 당신답게
멀쩡한 앞산만 쳐다보았단다.
그런 정노인
이유도 없이 꼿꼿하게 돌아가신 일을 두고
사람들의 말은 분분했다.
*2002년 8월 31일 강원 영동을 강타한 태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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