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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호2002년 [시-김춘만] 벌초 전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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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482회 작성일 05-03-28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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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초 전 3


일년에 한 번 모이자고
날 잡아 일렀는데도
그 놈은 그 일로 못 오고
저 놈은 저 일로 못 오니
어쩌겠나, 이곳에 사는 죄로
늙은 우리네 몫이지.

좋다는 명당 찾아 수 십리 산 속에
할아버지들 모신 덕분에
잘된 손자들은 모조리 서울로 가고
이제 그 덕분에 조상 묘 잃게 되었네.
말이 났으니 말이지
우리 늙은이 몇 툭 쓰러지면
이 산 속 저 산 속
조상 묘 찾기나 하겠느냐고.

팔뚝 같은 참나무가 길을 막고 서는데
새 다리같이 가늘어진 팔로
늙은이 두엇이
생 땀을 쏟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