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호2002년 [시-김춘만] 벌초 전 3
페이지 정보
본문
벌초 전 3
일년에 한 번 모이자고
날 잡아 일렀는데도
그 놈은 그 일로 못 오고
저 놈은 저 일로 못 오니
어쩌겠나, 이곳에 사는 죄로
늙은 우리네 몫이지.
좋다는 명당 찾아 수 십리 산 속에
할아버지들 모신 덕분에
잘된 손자들은 모조리 서울로 가고
이제 그 덕분에 조상 묘 잃게 되었네.
말이 났으니 말이지
우리 늙은이 몇 툭 쓰러지면
이 산 속 저 산 속
조상 묘 찾기나 하겠느냐고.
팔뚝 같은 참나무가 길을 막고 서는데
새 다리같이 가늘어진 팔로
늙은이 두엇이
생 땀을 쏟고 있다.
일년에 한 번 모이자고
날 잡아 일렀는데도
그 놈은 그 일로 못 오고
저 놈은 저 일로 못 오니
어쩌겠나, 이곳에 사는 죄로
늙은 우리네 몫이지.
좋다는 명당 찾아 수 십리 산 속에
할아버지들 모신 덕분에
잘된 손자들은 모조리 서울로 가고
이제 그 덕분에 조상 묘 잃게 되었네.
말이 났으니 말이지
우리 늙은이 몇 툭 쓰러지면
이 산 속 저 산 속
조상 묘 찾기나 하겠느냐고.
팔뚝 같은 참나무가 길을 막고 서는데
새 다리같이 가늘어진 팔로
늙은이 두엇이
생 땀을 쏟고 있다.
- 이전글[시-김춘만] 벌초 전 2 05.03.28
- 다음글[시-김춘만] 농기계 손보기 05.03.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