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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호2002년 [시-김춘만] 샛령을 오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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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720회 작성일 05-03-28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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샛령을 오르며


도원에서 머뭇거리다가
샛령을 넘기로 하다.
동에서 서로 넘어가는 숱한 영 중에
찻길이 뚫리지 않은 단 하나 길
샛령은 그렇게 지켜지고 있었다.
소나무 숲을 헤치고 나오는 계곡 물이
연신 무어라 일러대고
굴참나무에 등을 비비고 간
멧돼지 발자국에 그대로 온기가 담겨있다.
소금가마니를 이고 지고 이 영을 넘었다나
우리네 할아범들이 쉬었을만한 곳에서 하늘을 본다.
그대로 솟구치고 싶은 하늘
하늘도 푸르구나.
고비와 고사리는 양지에서 고개를 숙이고
저 작은 풀꽃들은 이름이나 있는 건지
한군데 몰려나와 해바라기를 한다.
영은 쉬는 듯 몇 구비 휘어지고
드디어 탁 트인 주막 터에 오른다.
이곳에서는
오래 전 누군가의 안부를 묻고 싶고
나의 근황을 나누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