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호2002년 [시-박명자] 시간의 흔적들을 지우다
페이지 정보
본문
시간의 흔적들을 지우다
숱한 잎새 모두 떨리우고나서
마침내 깊은 적막 속으로 가볍게 걸어드는
한 그루 가을 나무처럼 오늘은 좀 투명해지고 싶다
가을바람에 은발을 흩어버리는
억새풀처럼 버리는 일이 이제는 쉬워질 것 같다
여름내 연민으로 끈적이던 유산도
가을 나무아래 서보면
깨끗이 잊어버리고 싶다
아쉬워 말아라. 시간의 흔적들
썰물처럼 머리 흔들며 돌아 나갔도다
이 계절의 끝자락에서는
꼭 한가지 그리움만 응시하면서
마른 삭정이처럼 조용히 여위어 가야 한다
숱한 잎새 모두 떨리우고나서
마침내 깊은 적막 속으로 가볍게 걸어드는
한 그루 가을 나무처럼 오늘은 좀 투명해지고 싶다
가을바람에 은발을 흩어버리는
억새풀처럼 버리는 일이 이제는 쉬워질 것 같다
여름내 연민으로 끈적이던 유산도
가을 나무아래 서보면
깨끗이 잊어버리고 싶다
아쉬워 말아라. 시간의 흔적들
썰물처럼 머리 흔들며 돌아 나갔도다
이 계절의 끝자락에서는
꼭 한가지 그리움만 응시하면서
마른 삭정이처럼 조용히 여위어 가야 한다
- 이전글[시-박명자] 강릉 산불 05.03.28
- 다음글[시-김춘만] 「공현진」가는 길- 오호리와 공현진 사이- 05.03.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