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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호2002년 [시-박명자] 내 마음의 우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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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713회 작성일 05-03-28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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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의 우물


내 혼의 후미진 그 곳
지금은 폐기된 우물 하나 휑하니 열려있다.
꺾여진 갈대숲
교교한 달빛 스쳐 외딴 곳
다소곳이 합장하듯 곁눈질하면
가끔 천길 우물 곁에
별똥별이 떨어져 있다

우물속에서는 계절따라 바람이 스치고
낙엽이 떨리우고 눈발이 건너가고...
그러나 나는 우물속에서 꽃잎을 줍거나
마른 잎을 건져 올리지 않는다

그대신 안을수없이 훨씬 커버린
허무의 몸뚱어리를 한아름 안아보려다
그냥 쓸쓸히 돌아온다

내 마음 우물속에는 그 날 아침
시간의 이무기가 성자처럼 눈뜨고
허무 저편으로 돌아 눕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