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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호2002년 [시-박명자] 잎새들의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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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684회 작성일 05-03-28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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잎새들의 그림


잎새들은 우리가 안 보이는 저쪽 세상을
조용히 감추고 있다
잎새들은 제각기 다른 그림을 계속 그리고 있다

하나의 잎새를 계속 바라보면
가느다란 떨리움의 그물망이 느낌으로 다가온다
햇살을 받기 위하여 그들이 몸을 열 때에는
풍금소리가 가늘게 들린다

지나가던 바람의 어깨가 그물망에 걸리었다
햇살의 발가락이 잠시 거기 머문다

잎새들은 지난 생의 얼룩점을 지우고 기하학적인 그림을
날마다 다시 그린다
피카소의 그림보다 어려운 그림도 보인다
빈손으로 오일스틱과 물감덩어리를 가지고 격동적으로
그리는 놈
오방색을 가지고 무념무상 유회하듯 즐겁게 그리는 놈
마치 미장이들이

흙손을 가지고 토담 벽에다가
두텁게 흙을 바르듯 바람결을 일구는 놈
잎새들의 그림 작업은 신명나는 한 판 춤사위를
보는 듯 하다

잎새들의 그림 작업을 계속 지켜 바라보면 갑자기
궁금한 잎새들의 저쪽 세상을 열어 보고 싶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