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뫼 호수별 보기

32호2002년 [동화-장선옥] 난쟁이 우체통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846회 작성일 05-03-24 14:51

본문

난쟁이 우체통

초록 대문 집이 보이는 길 건너편에는 빨간 우체통이 입을 벌리고 서
있습니다.
구부러진 나뭇가지처럼 펼쳐진 길 위로 자동차들이 조심스럽게 달리
고, 사람들은 그늘진 처마 밑에 모여 땀을 식히고 있었습니다.
대문이 낡은 쇳소리를 끌며 열렸습니다. 은색으로 테두리를 두른 휠체
어가 햇빛을 받아 반짝입니다. 휠체어에는 머리를 길게 늘어뜨린 소녀가
무릎 위에 놓인 책들을 바라보며 미소를 짓습니다. 휠체어 뒤에는 하얀 블
라우스에 푸른 점퍼 스커트를 입은 부인이 휠체어를 밀기 위해 허리를 구
부리고 문 아래로 조심스럽게 발을 내딛었습니다.
두 사람이 나오기엔 대문이 너무 낮았습니다. 마치 주전자 손잡이가 너
무 낮아 뚜껑이 겨우 빠져나오는 듯 했습니다. 그래도 두 사람의 얼굴엔
미소가 가득했습니다.
“아리야, 첫 외출인데 날씨가 아주 덥지?”
“그래도 오랜만에 햇볕을 보니 너무 따뜻해요, 엄마.”
“자, 어서 가자.”
골목길을 빠져 나와 큰길로 접어들었습니다. 차들이 정신 없이 지나다
녔습니다. 이 북새통을 헤치며 도서관까지 갈 생각을 하니 까마득하게만
느껴졌습니다. 나는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엄마를 올려다보았습니다. 엄마

는 굳게 다문 입술로 고개를 끄덕였어요.
‘괜찮아. 이까짓 일은 식은 죽 먹기야.’
‘아니야. 아리의 첫 외출을 너무 무리해서 할 필요는 없어. 다시 돌아갈
까?’
그 때였습니다.
빨간 지붕을 한 택시 한 대가 두 사람 곁을 스치듯 지나가다가 멈췄습
니다. 택시 안에서 할아버지 한 분이 내렸습니다. 할아버지는 하얀 이를
드러내고 웃으셨습니다.
“차에 오르지요.”
“아니, 저희들은 택시를 기다린 것이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저도 손님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
“이 차는 몸이 불편한 사람들의 다리입니다. 몸이 불편하다면 어느 누
구도 공짜로 탈 수 있답니다.”
엄마는 못 믿겠다는 듯이 고개를 갸우뚱거렸습니다. ‘세상에 정말 이런
경우가 있을까?’하는 표정입니다. 나도 그 말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몰라 잠자코 기다렸습니다.
할아버지는 차안으로 어서 들어가라는 손짓을 했습니다. 할아버지의
다정한 얼굴을 보니 사람을 속일 것 같아 보이지 않았습니다. 적당히 살이
붙은 얼굴은 좋은 인상을 풍겼습니다. 끝내 할아버지는 나를 번쩍 안아 뒷
좌석에 앉혔습니다.
“숙녀가 너무 햇살을 오래 쬐면 미용에 좋지 않아요. 아주머니도 어서
타세요.”
할아버지는 어느 새 휠체어를 접어 트렁크에 실었습니다.
“탁”
트렁크의 문을 닫는 소리가 더운 공기를 가로질렀습니다. 그제서야 엄
마는 차에 몸을 실었습니다.
할아버지는 조심스럽게 운전을 합니다. 귀중한 물건을 다루듯이 운전
대를 천천히 움직입니다. 엄지손가락 길이만큼 열린 창문으로 따뜻한 바

람이 들어옵니다.
“어디로 가십니까?”
“도서관에 가는 길이랍니다.”
“도서관이요? 오랜만에 그 쪽으로 가 보는군요.”
“어떻게 이런 일을 …….”
“나이가 더 들기 전에 좋은 일을 해보고 싶어서요. ‘나중에 해야지’하
고 지내다보니 벌써 머리엔 하얗게 눈이 내렸지 뭡니까? 하하하. 시간이
사람을 기다려주지 않더군요. 그러다 우연히 작은 접촉 사고를 당해 병원
신세를 지게 되었답니다. 그 때서야‘장애인들이 참 불편하겠구나’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지요. 몸이 불편하니까 마음도 여간 불편하지 않았어요.
남을 이해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이 걸렸지요. 심지어 가족에게도 ……. 퇴
원을 하자마자 이 일을 시작했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그런 줄도 모르고 의심을 했으니까요.”
“괜찮습니다. 제가 모셨던 사람들은 처음에 모두 그렇게 생각했다는군
요. 그렇지만 이제는 모두 저와 한 식구처럼 지낸답니다."
할아버지의 목소리에는 힘이 넘쳤습니다. 나는 할아버지를 보면서 아
버지를 떠올렸습니다. 구름 속에서 아버지의 환한 얼굴이 나타났습니다.
너무 좋아 어쩔 줄 모르는 얼굴입니다.
갑자기 눈물이 핑그르르 돌았습니다. 참으려고 열심히 눈을 비벼보았
지만 허사였습니다. 이슬 같은 방울이 볼을 타고 흐릅니다. 점점 훌쩍이는
소리도 납니다. 나는 얼른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립니다.
엄마가 두 팔로 나의 몸을 감쌉니다. 나보다 더 슬퍼할 엄마를 생각해
서라도 이 눈물은 그쳐야 됩니다. 그러나, 눈물은 쉽게 멈추지 않았습니
다.
“왜 어디라도 불편한 거냐?”
“…….”
“얘가 너무 오랜만에 외출을 하게 되어 기뻐서 그런가 봐요.”
엄마는 얼른 얼버무리듯 대답을 했습니다. 그늘진 엄마의 얼굴이 내 눈
에 들어왔습니다. 그 날 이후 엄마와 나는 그 일을 한 번도 입 밖에 내지

않았습니다. 아버지가 지금 이 자리에 없는 일을 말입니다.
“얼마 만에 나온 겁니까?”
“2년쯤 되었어요. 피서 갔다가 그만 교통 사고로 …….”
“예, 어떻게 위로의 말을 해야 좋을지…….”
“괜찮아요. 저희들 잘 이겨내고 있어요.”
“그럼, 바깥 양반께서는…….”
엄마는 할아버지의 물음에 고개를 돌렸습니다. 엄마의 태도에 할아버
지도 자신의 질문에 당황해하고 있었습니다. 눈물이 따스한 공기와 함께
허공 속으로 스며들고 나니 기분이 훨씬 더 좋아졌습니다. 오래도록 한 곳
에 머물던 어두운 공기가 멀리 달아나 버린 것 같습니다.
어느 덧, 도서관 앞에 닿았습니다. 할아버지는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돌아보았습니다. 그리고, 의자 앞에 놓인 커다란 통에서 작은 상자 하나를
꺼냈습니다.
“이건 선물이란다. 이 상자 안에는 너에게 꼭 필요한 물건이 있단다. 집
으로 돌아가서 뜯어보렴. 네 마음에 들었으면 좋겠구나.”
할아버지는 상자를 내 손에 쥐어주시고 머리를 쓰다듬어 주셨습니다.
도서관 앞에 있는 화단에는 여러 가지 꽃들이 활짝 웃으며 나를 반기고 있
었습니다. 할아버지께 감사의 표시로 꽃 한 송이를 꺾어 드렸으면 좋겠다
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만일 내가 꽃을 꺾어버리면 그 꽃도 나처럼 불
구자가 되겠지요? 나는 휠체어를 밀고 꽃밭 가까이로 다가갔습니다. 그리
고 꽃 위를 작은 두 손을 모아 훔쳤습니다.
“할아버지, 이리로 와 보세요.”
“그래.”
할아버지는 얼른 내 곁으로 다가왔습니다. 나는 할아버지의 코 가까이
에 내 손을 가져갔습니다. 그리고 모았던 두 손을 활짝 폈습니다.
“할아버지, 제 선물이예요. 비록 꽃은 아니지만 꽃이 뿜어낸 향기를 담
아 드립니다.”
“고맙구나. 이런 귀한 선물을 받아 본 사람은 세상에서 나 밖에 없을 거
야."

“할아버지, 제가 부탁하면 언제든지 오실 수 있나요?”
“물론이지. 네가 혼자 걸을 수 있을 때까지 내가 너의 다리가 되어주
마.”
“정말이지요?”
“그렇고 말고. 이제부터 너는 나의 주인이란다. 내가 너의 부름을 받으
니까. 알았니? 이 할아버지가 널 어디든지 데려가 주마.”
“엄마, 나 이제 매일 외출 할 수 있게 됐어요.”
엄마는 고개를 끄덕이며 나를 바라보았습니다. 하늘 높이 오른 해가 뜀
박질을 하는지 가만히 있는 나도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힙니다.
할아버지는 잡았던 내 손을 놓으며 택시 안을 미끄러지듯이 들어가십
니다. 뽀얀 연기를 내며 사라지는 빨간 지붕 위로 할아버지 얼굴이 오련히
떠오릅니다. 꿈을 꾸듯 얼어붙어 있는 나의 어깨를 어머니께서 두드립니
다.
도서관을 들어서자마자 이층으로 오르는 계단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내 휠체어로는 오를 수 없는 계단이 마치 만리장성처럼 눈앞에 버티고 있
습니다. ‘집에서 나오자마자 예기치 못했던 천사의 도움을 이 때 다시 받
을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내가 생각하는 것을 모두 알아차리고
척척 해주는 사람이 내 곁에 있다면…….’
휠체어를 밀어주던 엄마의 표정이 어둡게 변했습니다. 잠시 머뭇거리
던 엄마는 나를 내버려둔 채 사무실로 걸어갔습니다. 나는 두려웠습니다.
아는 사람도 없고, 혹시나 엄마가 다시 집으로 발걸음을 옮겨야한다고 말
할까봐 안절부절 했습니다.
잠시 뒤, 사무실 문이 열리자 엄마가 환하게 웃으며 나오셨습니다. 그
뒤로 신사복을 말끔히 입고 짧은 머리를 뒤로 넘긴 아저씨께서 걸어오셨
습니다.
“얘야, 어서 오너라. 우리 인사할까?”
“…….”
아저씨의 말을 외면한 채 창 밖으로 눈길을 돌렸습니다. 택시가 가버린
길을 따라 가던 내 눈에 얼굴 가득 웃음을 지닌 할아버지의 모습이 비쳤습

니다.
‘할아버지…….’
나도 모르게 조용히 마음 속으로 불러보았습니다.
“아리야, 어서 인사드려야지?”
“음, 네가 아리인가 보구나. 반갑구나. 나는 이 곳의 관장이란다. 너에
게 도서관을 안내해주도록 하마.”
아저씨의 얼굴은 너무나 번들거려 거만해 보이기만 합니다. 금테를 두
른 연한 갈색 안경알 너머로 깊고 큰 눈동자가 보입니다. 그 눈은 보는 사
람을 얼어붙게 하는 마력이 흘러나와 사람을 꼼짝못하게 하였습니다. 나
는 눈을 돌려 엄마를 물끄러미 쳐다보았습니다.
엄마는 초조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습니다. 따스한 빛으로 뒤덮인
엄마의 눈동자에는 내 얼굴이 서려있습니다. 겁에 질려 떨고 있는 어린 새
처럼 목을 감춘 채 말입니다.
“아리야, 네가 읽고 싶다던 책들을 빨리 만나 보고 싶지 않아?”
“엄마, 다음에 다시 오면 안돼?”
“왜? 아리야, 겁나니?”
“아니요, 힘들어서 그래요.”
“힘들다면 사무실에 가서 잠시 쉬지 그러니?”
곁에 있던 관장님이 말씀하셨습니다.
사무실 안은 푸른 빛 날개를 힘껏 차올리며 시원한 바람을 일으키는 낡
은 선풍기 한 대와 깔끔하게 정리된 갈색 탁자가 놓여있었습니다. 날개짓
하기에 힘이 벅찬 선풍기는 가끔 재채기하듯 덜컹거렸습니다. 관장님은
푸른 색 빛이 감도는 컵에 시원한 쥬스를 손수 내왔습니다.
“이 곳에 부임한 지 이제 겨우 보름이 지났습니다. 그래서, 아직 일이
손에 익지를 않아 많은 분들께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답니다. 특히 시설이
낡아 많은 애를 먹고 있지요.”
“저희는 이 곳에 오늘 처음 찾아 왔답니다. 어디에 뭐가 있는지 잘 모르
고해서 부탁을 드린 것입니다.”
“잘 하셨어요. 지금부터 제가 이 곳을 안내해 드리기로 하겠습니다.”

시원한 음료수를 마셔서 그런지 다시 힘이 솟는 듯 했습니다. 사무실을
나와 맨 처음에 간 곳은 열람실이었습니다. 수많은 책장들이 천장에 닿을
정도로 놓여져 있었고, 그 안에는 이름이 제각기 다른 책들이 가지런히 꽂
혀 있었습니다.
“이 곳은 책이 그다지 많은 편이 아니랍니다. 그러나, 아리에게는 읽을
만한 책이 있을 테니 한 번 둘러보지요. 어머니께서도 한 번 골라 보세요.”
“저희들에게 이렇게 신경을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엄마의 진심어린 감사의 말을 뒤로 하고 휠체어를 밀고 나가던 나는
‘어린이’라고 씌여져 있는 표지판이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곳으로 갔습니
다. 그 곳에는 어린이들이 읽을 만한 책들이 가득 꽂혀 있었고, 주변에 놓
여진 책상에서 책을 읽던 아이들의 시선이 내 눈 속으로 들어왔습니다. 아
이들은 읽는 것을 멈추고 나의 행동을 하나하나 챙기고, 나는 나대로 그
아이들의 태도를 훔쳐 보았습니다. 즐거운 줄다리기 같았습니다.
그 때, 한 남자 아이가 입가에 웃음을 흘리며 다가오더니 아주 나지막
히 속삭였습니다.
“이거 내가 타봐도 되니? 넌 진짜 좋겠다. 이런 움직이는 의자를 타고
다니니.”
내 손에 힘이 들어가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엄마를 찾는 눈길이 분주해
졌습니다. 내가 일어설 수만 있다면 내 앞에서 나를 비웃는 저 녀석 정강
이를 축구공처럼 차 버리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엄마-.”
어디선가 급하게 쫓아오는 사람들의 발자국 소리가 들렸습니다. 그러
자, 그 남자 아이는 얼른 내 곁을 지나 열람실 밖으로 달아났습니다.
“정환아, 너 거기 서.”
다른 남자 아이가 달아나는 그 정환이라는 아이를 뒤쫓아 갔습니다.
‘정환이, 정환이…’
굳게 다문 입 안에서 그 아이 이름이 자꾸만 읊어졌습니다. 엄마가 달
려오고, 관장님까지 나타나자 소란했던 열람실 안이 조용해졌습니다. 열
람실을 지키고 있던 직원이 나에게 읽을 만한 책을 골라 주었습니다. 두

권의 책을 받아들고 엄마와 함께 문을 나섰습니다.
“이층은 회의실과 독서실로 나뉘어져 있답니다. 아주 조용한 곳이라 책
읽기나 공부하기엔 아주 좋은 장소랍니다. 한 번 둘러보시겠습니까?”
“아니요, 오늘은 그만 가볼게요. 시끄럽게 해서 죄송합니다.”
관장님은 현관 밖까지 나와 우리를 배웅해 주었습니다. 뜨거운 열기가
내 몸을 녹일 듯 달려들었습니다. 시원한 곳을 찾던 엄마는 등나무 그늘로
나를 밀고 들어갔습니다.
뜻밖에도 그 안에서 나를 놀리며 사라졌던 정환이와 그 친구를 만났습
니다. 두 친구는 나를 보자 두 눈을 동그랗게 뜨며, 앉았던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습니다. 마치 귀신이라도 본 것처럼 놀라는 그 표정에 웃음이 나왔
지만 억지로 참았습니다. 그러나, 오래 가지 않아 목구멍에서 괴상한 소리
가 튀어 나왔습니다.
엉거주춤 서 있던 두 아이가 얼굴을 찡그리며 쳐다 보았습니다.
“엄마, 아까 나를 놀리고 도망친 애야.”
나는 색이 바래 후줄근해진 하늘색 반팔 옷을 입은 정환이를 가리켰습
니다. 정환이는 고개도 못든 채, 슬리퍼 사이로 나온 발가락만 꼼지락거렸
습니다.
“휠체어 타고 싶었니?”
“…….”
“엄마, 그냥 나를 놀리려고 해본 소리란 말이야.”
나는 두 눈을 가늘게 뜨고 정환이를 쏘아보듯 쳐다보았습니다. 옆에 있
던 남자 아이가 입을 열었습니다.
“아주머니, 정환이는 그게 재미있겠대요.”
“정말? 너도 그렇게 생각하니?”
엄마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그 아이는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엄마
는 두 아이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다가 나에게 고개를 돌렸습니다.
“아리야, 우리도 할아버지처럼 좋은 일 해볼까?”
“엄마, 쟤네 거짓말하는 거란 말이야.”
“아니야, 정말 타보고 싶어.”

벙어리처럼 입을 꾹 다물고 있던 정환이가 드디어 입을 열었습니다.
“너희들이 좀 부축해줄래?”
엄마와 정환이는 휠체어 안에서 나를 끌어내려 나무 의자에 앉히려고
애를 썼습니다. 정환이 친구도 휠체어가 움직이지 못하도록 온 힘을 다해
붙잡았습니다. 엄마가 자리에 앉아 나를 안으며 말했습니다.
“저렇게 좋아하는 걸 보니 참 기쁘다. 아리야, 재미있는 아이들이지?”
나는 휠체어를 타고 고리모양, 달팽이 모양을 그리며 신나게 뛰노는 아
이들을 눈으로 ㅉ으며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정환아, 이젠 내가 탈 차례야.”
“그래? 민수야, 저기 테니스장으로 가 볼래?”
“거긴 못 들어가. 운동하러 온 아저씨들한테 들키는 날엔 큰일나.”
“에이. 무슨 남자가 용기가 없냐? 한 번 들어가 보자.”
아이들이 가리키는 테니스장은 도서관보다 약간 낮은 곳에 있었습니
다. 바닥은 편평하고 도서관 마당보다 훨씬 넓었습니다. 휠체어를 놀잇감
으로 여긴 아이들에게는 넓은 곳에서 마음껏 달려보고 싶은 욕망이 솟구
치나 봅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