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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호2003년 [시-최월순] 은비령 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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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617회 작성일 05-03-28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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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비령 연가


약속을 숨기고, 앞길을 숨기고,
마음을 숨기고
떠나는 나를 돌아보지도 않던
너를 찾아
은비령을 더듬는다.

은비령은
달콤한 약수를 숨기고,
향기로운 숲길을 숨기고
모른 체 돌아앉아 있었다.

대청봉 꼭대기 눈 내릴 때
너의 눈은 어디쯤에 머물렀을까

은비령에 숨겨놓은
내 마음의 한 쪽을
볼 수나 있었을까

돌아오는 길 날 저물어
길가에 늘어선 나무들
하얀 눈을 뒤집어쓰고 귀신같이 자꾸만
좇아오더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