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뫼 호수별 보기

33호2003년 [시-김종헌] 청호동 낮은 집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487회 작성일 05-03-28 13:51

본문

청호동 낮은 집


청초호를 가르는
휴전선 닮은 모래톱 위
집들이 나지막하다
잠시 비를 긋고
바람만 막기 위해
오래 전
그들은 흔들리는 모래톱 위에
그렇게 엎드려 있었다
먼 훗날을 살아가기 위함이 아니라
잠깐 쉬어 가는 곳
그렇게 내린 실뿌리가
50년 묵은 뿌리로 자리 잡아
이제는 훌훌 털고 일어설 수도 없다
갯배 위로 철다리가 놓이고
바닷길이 뚫려도
고향으로 가는 길은
아직도 멀어
죽은 이는 혼으로 떠나고
살아있는 이는 등 떠밀려 떠나고
어쩌지 못하는 사람만이
하나 둘 높아져 가는 집들 속에
가쁜 숨 몰아 쉬며
납작 엎드려 숨죽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