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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호2003년 [시-권정남] 고뇌는 이제 그대 몫이 아니오—허난설헌 시‘哭子’에 부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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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861회 작성일 05-03-28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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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뇌는 이제 그대 몫이 아니오
—허난설헌 시‘哭子’에 부쳐


산새들도 눈이 충혈 되던 지난 날
그대 곡하는 소리에
검은 머리카락이 흔들리고
숲이 출렁거렸지요.
푸른 탯줄의 강가에서
구천에 떠다니는 아이들 혼을 불렀지요
은하강으로 흐르던
두 남매 눈동자는 빗물 되어
광주 땅 백양나무 숲을 적시고
초당 솔숲을 적시고
세상 어미들 눈동자를 적셨지요

이제 그대 웃음 짓는 모습이 보여요.
광주군 초월면 지월리
자동차 불빛이 질주하는 도로변
달빛 아래 나란한 세 무덤
두 아이들과 함께
정답게 숨박꼭질하고 있네요
맑은 목소리로 노래 부르고 있네요.
이승보다 따뜻한 무덤에서
문명화된 세상 소리 들으며
어미인 당신한테 도란도란
옛 얘기 듣고있는
눈빛 따뜻한 두 아이들 있으니
허초희
고뇌는 더 이상 그대 몫이 아니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