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호2003년 [시-권정남] 碑木공원에서
페이지 정보
본문
碑木공원에서
고모할머니는 유복자를 업고
이 장 저 장 다니며 비단을 팔았다.
6.25의 삽날이 당신의 가슴에서
남편을 퍼서 간 후 소식이 없고
얼음같이 차가운 방에서
가래를 끓다가 피를 토하곤 했다.
비단 폭에 새긴 이승의 행복 찾아
세월의 술래잡기만 하셨다
죽어서 바람이 된 고모 할머니는
평화의 댐 언덕 무명용사의 돌무덤 앞에
무릎 끓고 성호를 긋다가
쓰러질 듯 서 있는
나무 십자가에 얼굴 부비며
가슴 쓸어 내리다가
녹슨 철모 벗겨놓고는
돌탑을 회오리 치고있다.
겨울 장날을 떠돌던 고모할머니는
가래를 끓으시며
비목공원 그 너머 휴전선 바람이 되어
아직 떠다니고 있었다.
고모할머니는 유복자를 업고
이 장 저 장 다니며 비단을 팔았다.
6.25의 삽날이 당신의 가슴에서
남편을 퍼서 간 후 소식이 없고
얼음같이 차가운 방에서
가래를 끓다가 피를 토하곤 했다.
비단 폭에 새긴 이승의 행복 찾아
세월의 술래잡기만 하셨다
죽어서 바람이 된 고모 할머니는
평화의 댐 언덕 무명용사의 돌무덤 앞에
무릎 끓고 성호를 긋다가
쓰러질 듯 서 있는
나무 십자가에 얼굴 부비며
가슴 쓸어 내리다가
녹슨 철모 벗겨놓고는
돌탑을 회오리 치고있다.
겨울 장날을 떠돌던 고모할머니는
가래를 끓으시며
비목공원 그 너머 휴전선 바람이 되어
아직 떠다니고 있었다.
- 이전글[시-권정남] 영랑호 창포 꽃 05.03.28
- 다음글[시-권정남] 고뇌는 이제 그대 몫이 아니오—허난설헌 시‘哭子’에 부쳐 05.03.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