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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호2003년 [시-권정남] 碑木공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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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566회 작성일 05-03-28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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碑木공원에서


고모할머니는 유복자를 업고
이 장 저 장 다니며 비단을 팔았다.
6.25의 삽날이 당신의 가슴에서
남편을 퍼서 간 후 소식이 없고
얼음같이 차가운 방에서
가래를 끓다가 피를 토하곤 했다.
비단 폭에 새긴 이승의 행복 찾아
세월의 술래잡기만 하셨다

죽어서 바람이 된 고모 할머니는
평화의 댐 언덕 무명용사의 돌무덤 앞에
무릎 끓고 성호를 긋다가
쓰러질 듯 서 있는
나무 십자가에 얼굴 부비며
가슴 쓸어 내리다가
녹슨 철모 벗겨놓고는
돌탑을 회오리 치고있다.

겨울 장날을 떠돌던 고모할머니는
가래를 끓으시며
비목공원 그 너머 휴전선 바람이 되어
아직 떠다니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