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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호2003년 [시-권정남] 버려진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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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584회 작성일 05-03-28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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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진 시집


누가 시집을 버렸다.
향기 그윽한 꽃 한 다발이다

재활용 쓰레기장이 환해진다.
시의 구절들이
아파트 담을 끼고 꽃 넝쿨이 되어
신문더미와 빈 박스를 타고 오른다.
하늘까지 오를 기세다

누가 버렸을까
한때 영혼까지 동여맸던 밧줄을
쉽게 버리고 쉽게 잊어버리는데
익숙해있는 사람들

버려진 시집을 읽는다
뼈 속까지 들려오는 시인의 음성
가닥가닥 내 혈관을 타고 돌다가
후끈거리며
내 육신을 감아 오른다.

사람들이 바쁘게 지나가 버리는
재활용 폐기장에서
향기 나는
꽃 한 다발을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