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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호2003년 [시-권정남] 거실에 떨어진 나사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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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606회 작성일 05-03-28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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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실에 떨어진 나사못


거실 바닥에 나사못이 떨어졌다.
집안 어딘가 틈새가 벌어지고
허공이 기울어간다.
문갑 밑. 씽크대, 소파 어디쯤일까
내 안에 꽉 조여 있던 나사못이
중심을 받쳐주던 그 자리가
한쪽으로 쏠리는가 싶더니 헐렁해진다.
틈새가 없을 정도로 촘촘했던
좋아했던 사람들 눈빛과
시와 그리고 나의 일이
빛 바랜 그리움 되어 자라고 있었다
내 안에 못이 빠져나간 자리
독버섯이 싹을 틔우고
문갑, 쇼파, 씽크대 어디쯤에
고여있는 어둠을 찾는다
훗날 꽃잎처럼 촘촘히 조여있을
좋아하는 사람들 눈빛과
시, 그리고 나의 일을 위하여
헐렁해진 가슴 밑바닥에서
나사못 하나 주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