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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호2003년 [시-지영희] 낙엽이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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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709회 작성일 05-03-28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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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엽이 오고 있다


바람 따라 낙엽이 오고 있다
뜨거운 한낮과
휘청이던 폭풍우의 그림자 마저 떨치고
가벼이 떠오고 있다
하르르 꽃으로 흩어지며
차가운 이 땅, 구석구석 환한 불꽃이 되어 속살까지 내비출 때
빈 몸이 아닌 다음에야
빈 마음이 아닌 다음에야
누가 아름다움이라 말할 수 있을까

앞서 가는 이가 한 점 붉은 잎으로 떠나는
숲길을
물든 잎이 되어 함께 걷다가
바위 뒤쪽에 누워
별빛에 온몸을 쪼이며
바람 따라 나직이 노래 부를 수 있다면

가을길을 가다 문득 고개를 드니
시월 끝자락에 내리는 바람 따라
붉게 물든 별들이 내려오고 있다
어두운 길모퉁이를 따라 흐르는 노래가 된다
발자국마다 환히 켜지는 꽃등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