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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호2003년 [시-채재순] 정다운 마을 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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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577회 작성일 05-03-28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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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다운 마을 지난다


정다운 마을을 지나 학교로 간다
56번 국도변 비탈이 끝나는 나즈막한 그곳에
우두커니 서 있는 중증장애인 요양원 <정다운 마을>
정다운 심사가 아닐 때에도 그곳을 지나 집으로 온다
정다운 마을 건너편은 밤나무 숲이다
이 숲 가장자리를 서성이는 그이들,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늘 속에서도 잘도 커 가는
느타리버섯 비닐하우스 안을 힐끗거리다
과속 방지 턱 위에서 덜컹거리곤 한다

길가 공터에 꽃모종을 심는 그들을 본 적 있다
끼리끼리 이야기하며 짓는 함박웃음에서
잠깐 정다운 마을을 보았다
세상을 향한 그들의 전언이
꽃으로 피어나고 있다

오늘도,
정다운 마을을 지나 집으로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