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호2003년 [시-채재순] 어머니의 독서
페이지 정보
본문
어머니의 독서
어머니는 텃밭에서 책을 읽는다
호미 끝에서 걸려나오는 돌짝도,
깨진 사금파리도
당신이 읽어야 할 몫이다
어머니의 독서에는 돋보기가 필요 없다
지난 밤 장대비에 쓰러진
고추를 세우고
함부로 뻗어 가는
고구마 줄기를 북 주는
어머니 손길에서
책 읽기는 시작된다
오늘은 또 어디를 읽을까 살피는데
저요, 저요
손을 번쩍 드는 오이덩굴
어머니가 읽어내려 가는 책장에는
당근 잎이 돋아나고
부추가 솟아나고
옥수수가 열린다
어머니의 책갈피는 한 곳에 오래
머무는 법이 없다
어머니는 텃밭에서 책을 읽는다
호미 끝에서 걸려나오는 돌짝도,
깨진 사금파리도
당신이 읽어야 할 몫이다
어머니의 독서에는 돋보기가 필요 없다
지난 밤 장대비에 쓰러진
고추를 세우고
함부로 뻗어 가는
고구마 줄기를 북 주는
어머니 손길에서
책 읽기는 시작된다
오늘은 또 어디를 읽을까 살피는데
저요, 저요
손을 번쩍 드는 오이덩굴
어머니가 읽어내려 가는 책장에는
당근 잎이 돋아나고
부추가 솟아나고
옥수수가 열린다
어머니의 책갈피는 한 곳에 오래
머무는 법이 없다
- 이전글[시-채재순] 아니, 아니? 05.03.28
- 다음글[시-채재순] 저녁 노을에게서 배우다 05.03.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