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호2003년 [시-채재순] 부석사 과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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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석사 과수원
저마다 부려놓아야 할 것들을
몇 가지씩 걸머진 중생들이
부석사로 오른다
당간지주 앞
마지막 과수원 근처에 와서야
자신을 미처 내려놓지 못한
사과나무를 바라본다
저 빛나는 사과 속에
깊은 주름들이 내장되어 있다는 걸
눈치챈 이들이
뜬돌 앞에 가서
선묘의 서늘한 주름을 읽어내고 있다
발그레하게 상기된 얼굴로
무량수전을 뒤로하고 내려오는 길,
말갛게 씻긴 채
나무궤짝에 담겨져 있는
부석사 사과들을 만났다
무수한 길들을 품고,
뿌리가 되어 뻗어갈 저 시간들을
한 때는 등을 휘게 하던 짐이었던 것들
저마다 부려놓아야 할 것들을
몇 가지씩 걸머진 중생들이
부석사로 오른다
당간지주 앞
마지막 과수원 근처에 와서야
자신을 미처 내려놓지 못한
사과나무를 바라본다
저 빛나는 사과 속에
깊은 주름들이 내장되어 있다는 걸
눈치챈 이들이
뜬돌 앞에 가서
선묘의 서늘한 주름을 읽어내고 있다
발그레하게 상기된 얼굴로
무량수전을 뒤로하고 내려오는 길,
말갛게 씻긴 채
나무궤짝에 담겨져 있는
부석사 사과들을 만났다
무수한 길들을 품고,
뿌리가 되어 뻗어갈 저 시간들을
한 때는 등을 휘게 하던 짐이었던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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