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호2003년 [시-장승진] 삶의 경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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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경계에서
새파란 배추 잎 앞면
보드랍고 매끈한 곳 두루 돌아다니며
구멍 뚫어놓고 초록 똥 싸놓던 배추벌레
언젠가 배추 잎 뒷면
어두컴컴하고 까칠한 곳에 옹그리고
가만히 죽어있는 걸 본 적 있다
일주일 전 나는
펄펄 끓는 이마에
주먹만한 쇳덩이 추를 주렁주렁 매달고 있는
자리틀 모양을 하고 부다페스트로 날아갔었고
분에 넘치는 클래식 음악을 들으며
쩔렁쩔렁 왕궁 사이를 걸어 다녔다
구름을 밟는 듯 들떠있던 시간들이
지금 이곳에선 선잠 들어 꾼 꿈같다
다시 상주는 어이어이 곡을 하고
나는 잠시 소주 몇 잔에 취해
벽에 기댄 채 건너다본다
화투놀이 하며 떠드는 사람들
어디에서 태어났는지 모르는 배추벌레 한 마리
배추 잎 앞면에서 뒷면으로 넘어가는
환한 곳에서 어둑한 곳으로 건너가는
그 길고도 짧은 길모퉁이에서
누구는 울고 또 누구는 웃고
누구는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다
색다른 침묵의 육중한 가벼움을
새파란 배추 잎 앞면
보드랍고 매끈한 곳 두루 돌아다니며
구멍 뚫어놓고 초록 똥 싸놓던 배추벌레
언젠가 배추 잎 뒷면
어두컴컴하고 까칠한 곳에 옹그리고
가만히 죽어있는 걸 본 적 있다
일주일 전 나는
펄펄 끓는 이마에
주먹만한 쇳덩이 추를 주렁주렁 매달고 있는
자리틀 모양을 하고 부다페스트로 날아갔었고
분에 넘치는 클래식 음악을 들으며
쩔렁쩔렁 왕궁 사이를 걸어 다녔다
구름을 밟는 듯 들떠있던 시간들이
지금 이곳에선 선잠 들어 꾼 꿈같다
다시 상주는 어이어이 곡을 하고
나는 잠시 소주 몇 잔에 취해
벽에 기댄 채 건너다본다
화투놀이 하며 떠드는 사람들
어디에서 태어났는지 모르는 배추벌레 한 마리
배추 잎 앞면에서 뒷면으로 넘어가는
환한 곳에서 어둑한 곳으로 건너가는
그 길고도 짧은 길모퉁이에서
누구는 울고 또 누구는 웃고
누구는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다
색다른 침묵의 육중한 가벼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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