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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호2003년 [시-장승진] 금당계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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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495회 작성일 05-03-28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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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당계곡


고요가 낳은 알을 사랑하던
화가는 떠났다
강가에 집을 짓고
밤 깊은 물소리에 붓을 잡던 그가
산나물 뜯고 물고기 잡아
소담한 술상을 차리던 그가

물 속에 목을 잠그고
새소리 듣던 돌들이 귀를 다치고
새벽안개가 불꽃처럼 터뜨리던
오월 물 철쭉들이 계곡을 떠난 후
새벽마다 마당에서 만나던
크고 둥근 알이 사라졌다한다

화가는 고요를 따라
알 수 없는 더 깊은 골짜기로 들고
금당엔 망치와 못들이 왔다
높은 별당이 들어와 앉았다
시멘트로 포장된 기억 속엔
물소리가 끓여주던
허브 차 향기만 아련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