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호2003년 [시-이화국] 가을 앞에 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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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앞에 서다
세월이 흐르는데
골동품 목록에 들지 못하는 나는
다 시든 노란 국화 얼굴이다
연륜 가운데 쌓인 정으로
구면 가운데 든든한 정으로
얽혀 혀 살아 자라는 정으로
삶을 쟁기질하면서
색바랜 감정이지만
사랑을 입에 올리기도 하였었다
하지 날 감자 삶아 먹으며
내리는 장대비 속에
나름의 풍속도를 그렸었다
공테프 돌아갈 때
합죽선으로 바람을 내면서
걸작을 배고 싶은 입덧으로
몸살을 앓기도 했었다
오뉴월 칡덤불을 헤치고
칠팔월 싸리재를 넘어왔는데
숨은 알리바이를 내놓으라는
저 샛빨간 손 손 손 손가락
저승 가는 노자야
내 걱정할 바 아니지만
몸과 맘이 등 돌려 눕는
부부 같던 내 인생에서.
섶나무에 불 붙듯이
가슴만 타들어간다 이 가을에.
세월이 흐르는데
골동품 목록에 들지 못하는 나는
다 시든 노란 국화 얼굴이다
연륜 가운데 쌓인 정으로
구면 가운데 든든한 정으로
얽혀 혀 살아 자라는 정으로
삶을 쟁기질하면서
색바랜 감정이지만
사랑을 입에 올리기도 하였었다
하지 날 감자 삶아 먹으며
내리는 장대비 속에
나름의 풍속도를 그렸었다
공테프 돌아갈 때
합죽선으로 바람을 내면서
걸작을 배고 싶은 입덧으로
몸살을 앓기도 했었다
오뉴월 칡덤불을 헤치고
칠팔월 싸리재를 넘어왔는데
숨은 알리바이를 내놓으라는
저 샛빨간 손 손 손 손가락
저승 가는 노자야
내 걱정할 바 아니지만
몸과 맘이 등 돌려 눕는
부부 같던 내 인생에서.
섶나무에 불 붙듯이
가슴만 타들어간다 이 가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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