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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호2003년 [시-이화국] 태풍‘매미’에게 당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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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612회 작성일 05-03-28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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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매미’에게 당하고


고통은 추상적으로 오지 않는다 리얼하게 온다
옛날의‘사라’, 오늘‘매미’가 지난 자국을 보아라
사랑하고 아낀 것들만 앗아가는 심술을 보아라
우리가 움켜쥐고 영원히 살줄만 안 것이 죄였음으로

그래 바람아 바람아 불어라 비야 퍼부어라
나를 혁명해야 할 날이 왔구나
헐고 다시 지어야 할 날이 돌아왔다
우리가 모른다 해도
천지를 지으신 이의 후광은 영원히 아름다우리라

먹물로만 가득했던 나의 내장
한 마리 오징어가 되어 내장을 쏟아내고
이후로는 하얗게 햇빛에 바래져야 하리

가나안을 향해 가는 영원한 방랑자들이여
함께 손 잡고 갈 동반자는 어디 있느냐
세기의 시작에서 세기의 끝에서
달빛이 없는 밤의 광야에서

우연한 일이 운명이 되는 길에서
가까이에 열광을 갖지 못한 자에게는
삶은 견디기 힘이 들거니
거세 당한 희망을 찾아 나서보자
희망은 우리 마음의 본적 속에 거주하느니

그 희망 지금 돌쩌귀에 낑겨있지만
우리가 언제 밝고 환하고 따슨 날만 살았더냐
희망을 애모하는 나의 목청이 허공으로 비껴가지만
메아리로 돌아오는 날까지
무법자가 할퀸 상처를 끌어안고
울지 말자 견디자 인내하자 사랑만은 나누자.


2003. 9. 12.(금) 태풍‘매미’가 지난 자리를 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