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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호2003년 [시-김춘만] 친구의 병상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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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galmoe
댓글 0건 조회 2,508회 작성일 05-03-28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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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의 병상에서


평생 나무를 좋아하여
조경사로 살아가던 친구
그가 심은 수만 주의 나무들은
지금 한 여름의 번성 중.

수 백 살 소나무도
뿌리 자르고 가지 쳐서
거뜬하게 옮겨 심던 친구
느릿느릿한 친구의 삶은
다복솔 같은 여유로움을 건네주었는데
말라 가는 그의 체관 속에
나는 무슨 수액을 나눌 수 있나.

링거액이 흐르는 나무
잎맥을 드러낸 이파리들은
전등불빛 아래서 힘겨운 동화작용
몇 개의 잎을 착색시켰다.

평생 나무만 좋아하던 친구
지금은 나무가 되어 가는 중
그는 나무끼리 통하는 수화를
익히고 있다.